[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 후 첫 '안보노선 시험대'에 놓였다. 발단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반도 배치 결정. 더민주 내엔 긍정적 신중론과 부정적 신중론이 혼재하면서 쉽사리 교통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더민주는 12일 오전 9시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간담회를 갖고 사드 이견 조율에 나섰다. 다만 당론 반대론과 전술적·전략적 신중론이 각각 표출, 마땅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더민주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비대위에 보고하고 토론키로 했다. 당내 사드 논의 기구 설치 및 국회 차원의 사드 논의 필요성 등엔 당 차원에서 공감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간담회 직후 브리핑을 갖고 "오늘은 당론을 결정하는 의원간담회가 아니라 왜 신중론을 견지할 수밖에 없었는지 비대위의 입장을 전달하고 의원들의 사드 문제에 대한 의견을 가감없이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더민주는 사드 배치 발표 당일인 8일 "실익이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논평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비대위원 일부는 "너무 찬성처럼 보이도록 나간 게 아니냐"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사드에 대한 더민주 입장이 주목을 받는 것은 안보노선 시험대인 까닭이 크다. 지난 총선 직후 더민주는 안보 우클릭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야당도 안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수권정당의 면모를 드러내겠단 의도였다. 해당 맥락에서 당내 안보 관련 기구인 '국방안보센터'를 창립하기도 했다. 다만 특정 안보 현안에 대한 더민주의 명확한 입장정리는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 사드가 첫 시험대가 된 이유다. 나아가 더민주의 빠른 이견 조율 시도가 '정체성 흔들기'로 비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더민주는 통상 사드에 반대하는 기존 야당과는 다른 신중론을 택한 상황. 한발 더 나아가 찬성에 근접한 신중론으로 보일 경우 정체성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 국민의당은 사드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더민주의 정체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까지 사드 문제에 대해서 정체성을 지켜왔던 더민주에서 요즘 약간 흔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더민주도 우리와 함께 반대 입장에서 국회 비준동의를 받을 때 함께하자고 제안한다"며 더민주 압박에 나섰다.한편, 더민주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의 햇볕정책 수정 시사 발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이력 등으로 정체성 논란이 일어 곤혹을 치른 바 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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