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기자
노인과 소년의 초상(1490),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作
아마도 생명의 절반을 잘라, 앞쪽은 젊고 뒷쪽은 늙다고 보면 대개 정확할 것이다. 젊음은 생의 절정쪽으로 나아가는 기간이고, 늙음은 죽음의 문턱으로 나아가는 기간이기도 하다. 망설이며 가는 ㄻ은 아직 젊기 때문이고, 가다가 목에 턱 걸리는 듯한 ㄺ은 이미 늙어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 한 글자의 변화가 삶의 풍경을 바꾸며 전망을 바꾸며 의미를 바꾼다. 고작해야 한 글자다. 젊에는 늙으로 가는 앞반과 뒷반의 우화.'늙'은 지팡이를 세워 젊을 돌아보지만, '젊'은 제 속에 갇혀 먼 앞에 내다볼 마음이 없다. 절로 가는 것이 젊음이고, 늘어가는 것이 늙음이다. 두 가지를 다 겪어야 삶이고, 두 가지를 다 겪은 뒤 죽음을 맞는다. 대단히 살아봤자 글자 몇 개의 그물코를 벗어나지 못한다. 젊과 늙.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