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한국’은 옛말 “중국 100㎞ 뛸 때 한국 71㎞”

대한상의 혁신 조사 “구글 수준 혁신기업 100㎞ 변할 때 한국기업 59㎞”기업 85% “한국기업 혁신속도, 중국보다 느려”혁신 유효기간 40개월 “경제 어려워도 혁신투자 줄여선 안돼”[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국내 제조업체들은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혁신 속도가 빠르다고 체감하고 있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국내 제조업체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한 ‘우리기업 혁신의 현주소와 향후과제 조사’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혁신 속도가 빠른 국가들로 미국, 일본, 중국 등을 꼽았다. ‘최고 혁신기업이 시속 100㎞ 변한다고 할 때 귀사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물음에 평균속도 58.9㎞라고 응답했다.전차(電車)업종(전자 63.8㎞, 자동차 65.5㎞)의 혁신속도가 빠른 편이었다. 중후장대 업종(조선 57.7㎞, 철강 54.8㎞, 기계 52.7㎞ 등)은 다소 처지는 모습을 보였다.대한상의는 “과거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를 통해 세계가 놀랄만한 고속성장을 했지만 속도의 경제 시대인 지금 우리기업의 혁신속도전은 중국에도 뒤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실제로 “중국이 한국보다 혁신속도가 빠른가”라는 물음에 응답기업의 84.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중국이 100㎞ 변할때 한국은?’이란 질문에 평균 70.9㎞대 속도라고 응답했다. 울산의 반도체부품 생산기업은 “우리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3~4년 정도나긴 하지만, 인재들을 대거 싹쓸이 하는 경우가 많아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우리는 제도적 지원 부족, 구시대적 경영프렉티스 등으로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항공기,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업체 역시 “혁신환경이 뛰어난 중국, 인도에 4~5년 후면 밀릴 것 같다”고 말했다.기업들이 혁신에 달려드는 이유는 ‘혁신의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이었다. 응답기업들은 ‘몇 개월동안 신제품 개발 등 혁신활동을 이루지 못하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평균 39.7개월이라고 집계됐다. 또 ‘1990년대와 비교해 귀 산업이 얼마나 빨라졌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기업들은 평균 4.7배라고 응답했다.혁신을 위한 사회적 분담비율은 기업, 정부, 학계, 국회가 각각 6:2:1:1로 나눠야 한다고 답했다. ‘혁신을 하는데 있어 각 경제주체들의 비중을 백분율로 적어달라’는 질문에 기업이 57.5%, 정부 22.3%, 학계 11.7%, 국회 8.5%였다. 플라스틱과 고무에 들어가는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CEO는 “미국처럼 기업내 구성원이 동질적 수평관계로 엮일 때 직원의 변화와 대응력이 빨라지고 이를 통해 혁신의 주춧돌을 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혁신을 위한 투자를 줄여서는 안된다”는데 응답기업의 95.7%가 동의했다.정부의 혁신정책중 효과적이었던 정책을 묻는 질문에 ‘혁신을 위한 자금지원(44.3%)’이 가장 많았고 이어 ‘미래신산업 성장 기반 구축(43.3%)’, ‘실패 기업인의 재도전 지원(27.7%)’등이 나왔다.신현한 연세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미국은 오래전부터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을 해왔고 중국은 규제 걸림돌이 많지 않아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우리기업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해진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시스템, 구시대적인 기업문화”라고 진단했다.정부정책의 한계를 묻는 질문에는 ‘단기실적,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려 한다’(62.3%), ‘특정분야에 지원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32.0%), ‘정책홍보가 부족해 지원정책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잦다’(30.7%) 등을 얘기했다.경남의 조선기자재 업체는 “조선 관련업종은 연구개발기간이 길어 착수단계 자금지원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연구개발이 끝나도 자금부족으로 묻히는 경우도 많다”며 “단기실적에 치우치기 보다는 제품양산단계까지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엘빈토플러는 ‘혁신속도론’을 통해 “기업이 100마일로 달릴 때 제도는 30마일로 움직인다”고 말한바 있다. 대한상의는 바탕으로 지난달 12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전화와 이메일 조사를 실시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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