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 장기화..투자·내수위축 악순환 빠져 제조업 가동률, 구조조정 쇼크 반영땐 더 악화할 듯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주요 연구기관장 간담회장에 들어서며 턱을 만지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름대로의 총력전이 꽉 막힌 생산·소비·투자를 뚫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어도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잔뜩 움츠러든 탓에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이다.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주요 연구기관장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작년부터 수출 감소세가 장기화하면서 그 영향이 설비투자 위축 등 내수 부문으로 점차 파급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현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유 부총리는 이에 대응해 적극적 재정보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추경 편성에 뜻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추경 편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열심히 고민 중"이라며 "적당한 조합을 만들어 내 빨리 (재정보강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연구기관장들도 정부의 세수 여건이 좋은 만큼 적자를 늘리지 않는 방식으로 추경을 편성해 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 편성의 필요성엔 대부분 공감하지만, 문제는 실효성이다. 저성장이 고착화한 상황에서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앞서 나온 경제활성화 대책들도 '반짝 효과'는 봤지만 뒷심을 발휘하진 못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4월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한 달 전보다 2.7%포인트 하락한 71.0%를 나타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2009년 3월 69.9%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제조업 재고는 한 달 전보다 2.3% 줄었고 제조업 재고율은 124.2%로 0.9%포인트 내려갔다. 불황 속에서 기업들이 공장을 돌려 새로 제품을 생산하기보다 재고품을 팔고 있다는 말이다. 진행 중인 조선·해양 구조조정 여파가 반영되면 지표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의욕을 잃은 기업들은 설비투자에도 소극적이다. 올 들어 1, 2월 연속 전월 대비 '마이너스'였던 설비투자는 3월 다시 증가세를 회복한 뒤 4월에도 3.4%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년 동월 대비로 따지면 6개월 내리 감소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하락세인 점, 국내기계수주가 4월 중 작년보다 28.2%나 감소한 점에 비춰볼 때 설비투자가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공장 가동과 투자 위축은 기업 매출·고용과 가계 소비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4월 승용차 등 내구재(-2.0%)와 의복 등 준내구재(-0.2%) 판매가 줄어 전월보다 0.5% 감소했다. 역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민간 소비가 더 가라앉을 여지가 있다. 특히 4월 승용차 판매는 전월 대비 6.4% 감소했는데, 자동차 개별소비세 일몰이 6월까지로 연장된 것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빨리 조정 국면으로 진입한 것이라는 평가다.기획재정부는 애써 "소매판매는 전월(4.3% 증가) 기저효과로 감소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4.2% 증가하는 등 회복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정부를 제외한 다수 전망기관들은 소비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해 현재로선 부정적인 시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016년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는 장기간의 수출 부진과 내수 회복 지연으로 전반적인 경기 활력이 저하되면서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2016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3.0%로 내다본 것에 비해 0.5%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는 다만 "금리 인하와 추경 편성 등으로 경제에 자극을 주는 것이 불가피하긴 하다"며 "한은과 정부가 상황 개선을 위해 공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악화한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어느 정도 반전시킬 순 있다"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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