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파괴적 혁신' 절실
일러스트=이영우 기자 20wo@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세계 경제의 중심축은 지난 10년 사이 서방에서 아시아로 이동했다. 특히 중국은 수출, 소비, 생산 등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던 중국은 이제 과잉투자, 과잉생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새로운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중국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불똥은 곧바로 한국 경제로 튀었다. 조선·해운을 시작으로 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에 기댔던 수출은 최근 17개월째 감소했고, 고령화 등 사회구조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앞으로 10년,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5∼10년 간 아시아발(發)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도, 위기가 끝나면 새로운 경제 호황기를 맞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우리가 위기의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가올 기회를 잡느냐 다른 국가에 넘겨주느냐가 갈린다는 얘기다.미래학자인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기술경영연구원장은 "아시아의 대위기가 끝날 2020년 이후 전 세계는 최소 10∼15년 동안 새로운 호황기를 경험하게 된다"며 '세컨드 골디락스(Second Goldilocks·경제성장률은 높지만 물가상승률은 낮은 상태)'의 도래를 예측했다. 그는 "2025년이면 세계의 부가 아시아로 이동하는 과정이 완료될 것"이라며 "500년 만에 세계의 중심이 다시 아시아로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가 한·중·일의 성숙한 기술과 경제력, 인도와 동남아의 인구 증가 등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완전히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4대 개혁과제 가운데 핵심인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개혁 관련법안은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산업·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노조의 파업 결의 등 사회적 갈등도 커지고 있다.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 콘트롤타워였던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현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개혁 등 핵심 개혁과제가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에 막혀 지지부진해졌다"며 "이미 골든타임을 한 번 놓쳤는데, 앞으로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파괴적 혁신'을 통해 경제체질을 바꾸는 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것도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신속하고 빠른 산업재편으로 투자역량을 바이오·로봇·가상현실·나노기술 등 미래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중국 과잉투자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과잉투자와 과잉생산을 해왔는데, 지금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빠를수록 좋다"면서 "이번에 조선·해운 뿐만 아니라 철강·석유화학까지 구조조정을 잘 해야 앞으로 지속가능성장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분배나 복지의 리소스(자원)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아시아 국가들의 공통된 당면과제인 고령화 문제에서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 통계국의 '늙어 가는 세계:201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3.0%에 불과했던 한국 노인비율은 2050년에는 35.9%로 높아져 일본(40.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한국 고령화 특징은 '준비되지 않은 고령화', '돈 없는 고령화'다. 정년제나 연공서열제와 같은 고용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노인층의 빈곤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고, 창업에도 마음껏 뛰어들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개혁을 끊임없이 추진해야 한다.김 원장은 "정년이 없는 미국처럼 나이보다는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지불하는 구조로 노동시장을 유연화 하는 노동개혁이 시급하다"면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시간선택제, 육아휴가제를 활성화 하고 공교육을 정상화를 위한 교육개혁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구조적 문제들의 근본적 가치와 관련해 의견을 조율하고 대안을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찾을 수 있는 정치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 총장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정치권과 정부는 달을 안보고 손가락만 보고 있다"며 "청년실업이나 소비부진, 투자위축 등 현상에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정치권이 함께 토론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나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