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한 달 전에는 7인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모두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의 의견을 냈다. 그런데, 지난 6월9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는 7인의 금통위원이 모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한 달 만에 '7인의 현자들'의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이 180도 뒤바뀐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예측은 못했지만 설명은 가능하다. 먼저 해외변수의 변화다. 그동안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했던 것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우려였는데,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저조했고 그에 따라 6월은 물론 7월에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국내변수다. 주요 산업과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올 경우 그에 따른 소비와 투자 부진이 불 보듯 뻔하다. 아울러, 수출 역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이 같은 경기 침체의 지속에 대비하여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압축하면 그만큼 우리 경제의 국내외 환경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기준금리가 2.0%까지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1.25%까지 내려왔다. 2008년 당시에는 선진국 중심으로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태였고 상대적으로 우리 경제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주요 산업과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고, 내수 부진과 수출 부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서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물가수준을 감안하다면, 시장금리는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수준이라는 평가다. 1년 정기예금 금리가 현재 1.2% 정도에 불과해서 조만간 명목금리 0%대의 상품이 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은행에 돈을 맡겨놓은 고객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금리는 다른 말로 하면 '돈의 값어치'다. 돈의 값어치가 형편없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눈을 돌려서 주식이나 부동산 등 위험한 상품에 투자해 보려는 심리가 발동하게 마련이다. 최근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의 상승도 이 같은 저금리 시대의 지속과 관련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신규 분양시장의 평균 청약경쟁률이 12.7대 1이었다. 반포ㆍ개포 등지의 인기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을 넘었다. 수도권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 4월 분양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자이는 4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저금리가 경기를 살리는 게 아니라 부동산 버블만 키우는 것이어선 곤란하다. 그리고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도 잘 관리해야 한다. 작년 말 기준 가계부채는 1203조원에 달한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 은행의 가계대출이 6조7000억원 늘었다. 작년 5월의 7조3000억원에 비하면 줄었지만, 재작년 5월의 1조2000억원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즉, 저금리 지속에 따라 작년과 올해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는 양날의 칼이다. 한편으로는 경기 침체를 예방하고 수출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가계부채를 늘리는 등의 부작용도 있다. 구조조정의 측면에서도 금리 인하는 양날의 칼이다. 금리를 낮춰주면 빚이 많은 기업에게는 원리금 상환의 부담을 덜어주니까 숨통을 틔워준다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좀비기업을 늘리는 부작용도 있다. 게다가 금리 인하만 가지고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을 해결할 수는 없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정책과 아울러 확장적 재정정책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아울러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구조개혁 등 중장기 정책도 함께 실행되어야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가계부채 대책, 부동산 대책, 기업 구조조정 대책, 재정 정책, 성장잠재력 확대를 위한 정책 등과 더불어 조화롭게 사용되어야 한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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