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뇌파로 작동하는 키보드, 로봇 팔·다리, 마우스·휠체어 시스템 등 뇌파를 이용한 지능형 로봇 기술의 등장으로 중증장애인들에게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생겼다. 하지만 현실은 이처럼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들을 구매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최근 보다 현실적이면서도,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복지부에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273만명이다. 이중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모든 장애 유형의 1~2급에 해당하거나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와 같이 주위 도움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은 대략 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이러한 270여만명의 국내 장애인 대부분은 65세 이상 노인(43.3%)이며, 10명중 6명의 장애인들은 스스로를 저소득층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가구의 1.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장애인들에게 첨단기술을 장착한 장애보조기구는 외부의 경제적인 지원없이는 갖추기가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많은 장애인기관과 협회도 첨단장비지원 보다는 장애인들이 차별없이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친장애인 환경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안정적인 IT 인프라와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시스템 덕분에 최근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 워크'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유연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친장애인 시스템으로 꼽힌다. 장애인들이 꼽은 가장 필요한 복지 가운데 '소득'과 '고용'이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일'은 장애인들에게 가장 큰 장벽이자 복지이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회장 정영만)는 스마트 워크를 통해 회원들에게는 새로운 일터를, 협회로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외활동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근육이 점차 퇴화돼 보행능력과 호흡근력 약화로 이어지는 '근육병(myopathy)' 환자들은 질병 특성상 외부에서 근무하는 것도 쉽지 않고, 설령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출근 준비부터 대중교통을 통한 출근까지 정상인보다 2배 이상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회공헌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받은 오피스 365로 스마트워크를 구축한 후, 값비싼 지능형 로봇기술없이도 집이나 병원에서 ‘직장’ 생활이 가능해졌다. 현재 우리나라 근육병 환자는 대략 2만명 수준이다. 그 동안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 정상적인 협회 활동조차 불가능했다.하지만 스마트 워크 환경을 구축한 후, 현재 13명이 협회 업무를 보고 있으며, 그 중 8명은 재택 혹은 재원(병원)근무 중이다. 그 중 두 명은 호흡기에 의지한 채, 마우스로 컴퓨터 모니터상의 키보드를 움직여가며 행사 참가신청서를 받거나, 협회 발표자료 제작 업무를 돕고 있다. 특히 전남 광주근육장애인협회는 그 동안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았다가 스마트 워크 환경이 가능해지면서 다시 사무실을 열고, 광주 지역 근육병 환자들과 동료 상담 활동을 벌이고 있다.정영만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회장은 "장애인들에게 있어 일이란 욕구를 넘어 희망이자 꿈이며, 삶이자 미래"라면서 "따라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자기자존감을 되찾게 되고, 그로 인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정 회장은 "비장애인들에게는 스마트 워크가 생산성 및 편리함으로 정의될 수 있겠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업무를 할 수 있게끔 '장애'라는 장벽을 넘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다리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은행 점포에 직접 가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자동화기기를 통해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계좌 개설 등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비대면 은행 거래'도 장애인들에게는 기술 발전에 따른 놀라운 환경 변화이다.은행 업무는 얼핏 보면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으로 충분히 이용가능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하지만 이러한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그 동안은 반드시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만 가능했다. 실제 지난 5월 중증장애인 A씨가 통장 개설 및 인터넷뱅킹 서비스 신청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은행 직원으로부터 장애를 이유로 거절당한 사건이 있었다.당시 은행 측은 부모님 동반 없이 통장 개설이 불가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런 점에서 최근 신한은행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인 '써니뱅크(Sunny Bank)'는 비록 장애인만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장애인들로 하여금 비장애인들과 동일한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 받을만 하다. 휴대폰 본인인증→신분증 촬영→상담원과 영상 통화 및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면 비대면으로 계좌를 발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통장 개설이나 대출 업무를 위해 부모님이나 보호자와 함께 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비대면 실명확인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 향후 장애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은행업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 계획에 따르면 내년 3월경에는 증권사, 저축은행, 우체국 등 기타 금융권으로 확대될 예정이다.우리나라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장애발생 원인은 사고 혹은 질환 등 후천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비율이 88.9%로 나타났다. 즉, 장애인은 처음부터 나와는 다른 사람이기 보다는 나와 같은사람이었을 확률이 더 크다. 이는 곧, 장애를 첨단기술과 장비 만으로 극복하기 보다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환경을 구축해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차이를 줄여주는 기술의 등장은 혁신적인 첨단 장애보조기구보다 더 환영 받을 만 하다.기술의 혁신이 차별 없는 사회와 환경으로 계속 확장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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