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우리 회사의 상징은 바오밥나무입니다. 2000살까지 사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오래 사는 식물중 하나입니다. 이 나무는 오래살지만 싹을 틔우는 데만 1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가 그렇습니다. 이제 막 싹을 틔웠습니다. 백년 기업을 향해 막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이 끝이 아니고 시작인 이유입니다." 최근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한 기업의 재무설명회(IR)에서 최고경영자가 밝힌 소감이다. 기자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대 맞은 듯한 충격이 들었다. 많은 상장 IR에 갔지만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 "공모자금으로 다른 기업 인수ㆍ합병에 나설 것", "신사업을 추진하겠다" 등의 거창한 포부 일색이었다. 이 CEO가 자신의 회사에 비유한 바오밥나무는 건조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그만큼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지만 생명력은 최고다. 광합성 작용을 할때 물을 아주 조금씩 사용하고 기공도 조금씩 열어 천천히 오래 자란다. 이 같은 특성에 물을 찾아 뻗어나가는 크고 튼튼한 뿌리를 자랑한다. 이 CEO가 바라는 회사의 모습이 바오밥나무인 것도 이같은 특성 때문일 것이다. 열매를 맺지 않았지만 뿌리가 튼튼한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 금융자본 시장으로 돌아보면 싹을 틔우지 못했거나 막 틔우려는 신생 기업들을 육성하는 곳이 있다. 바로 코넥스 시장이다. 코넥스 시장은 초기 중소ㆍ벤처기업 자금조달을 위해 2013년 7월 개설됐다. 코넥스 시장은 개설 당시와 비교하면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 2일 기준 코넥스 시장 시가총액은 4조8572억원, 상장기업수는 122개사를 기록했다. 개설 당시 시가총액 5000억원, 상장기업수 21개사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질적인 면을 들여다 보면 갈길이 멀다. 중소ㆍ벤처기업의 자금조달, 모험자본의 중간회수 시장 등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코넥스 시장에서 25개사가 903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반면 나머지 기업들은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코넥스 시장 주식 거래도 얼어붙었다. 지난해 코넥스 시장 일평균 시가총액 매매회전율과 일평균 상장주식 회전율은 각각 0.06%, 0.04%로 코스닥 시장(각각 1.90%, 2.56%)을 크게 밑돌았다. 결국 코넥스 시장 상장 기업은 싹도 틔우기 전에 고사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정부나 한국거래소가 실적에 급급해 양적인 성장만을 쫓으면서 코넥스 시장의 많은 기업들이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 탓이다. 코넥스 시장은 바오밥나무가 주는 교훈 처럼 싹을 틔우려는 기업들을 위한 자양분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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