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 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기대이하의 고용지표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미국의 6월 금리인상 전망에 급브레이커가 걸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는 다시 한국의 금리인하 여건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이에 반해 미국의 금리 인상 변수가 소멸되지 않은 상태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변수도 있는 만큼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긴 힘들 것이란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은은 9일 금통위를 하루 앞둔 8일 '동향보고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교류할 예정이다. 한은 조사국 국제국 금융시장국 통화정책국 등 4개국 국장과 팀장이 동석하는 동향보고회에서 금통위원들은 수출 실적과 물가 등 국내 경제상황과 미국 등 글로벌 경제 흐름을 점검하고 기준금리 향방을 토론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경제지표들은 나쁘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5%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1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여파가 있던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만에 역주행했다. 1분기 총투자율도 27.4%로 지난 2009년 2분기(26.7%)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기업들이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자 미래에 대한 투자를 끊은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주체의 심리도 주춤거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6월 전망치(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기준) 역시 94.8을 기록, 한달만에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경기의 하강위험도 커졌다. 이달 말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를 비롯해 대출 규제에 따른 부동산 거래 위축, 조기 집행에 따른 재정지출 축소, 부실기업 구조조정 강화로 인한 실업 발생 등이 경기의 하강 위험을 키우는 요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조조정까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대량실업으로 인한 경기 위축이 불가피해진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추가 위축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금리인하론의 주장이었다.그럼에도 6월 금리인하론 보다 동결론에 더 무게가 실렸던 것은 미국 변수 때문이었다. 한은 금통위 일주일 후인 16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한국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인하하고 미국이 연 0.25∼0.5%인 기준금리를 0.50~0.75%로 인상한다면 한미간 금리차는 0.50~0.75%포인트로 좁혀진다. 외국인의 자금 유출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하지만 돌발상황이 생겼다. 바로 미국의 고용쇼크로 금리인상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금통위를 이틀 앞두고 6월 금리인하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완화 속에 이번주 금통위에서는 선제적인 금리인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국내 경기하강 리스크를 감안할 때 이달을 포함해 두 차례 금리인하가 전망된다"고 말했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대한 정부와 한은의 최종 합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점도 6월 인하설에 힘을 보탠다. 그러나 오는 23일 예정된 브렉시트 투표는 여전히 금리인하의 발목을 잡는 해외변수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 파운드화와 금융자산의 가치가 급락하고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 가치도 하락할 수 있다. 한은은 아직까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인하 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 2분기 국내 경제 상황,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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