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제이콥 루, 재무장관회의환율 회의석상에 오르면 파장 커질 듯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세계 통상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과 재무장관회의를 가진다. 유 부총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서울정부청사에서 마련되는 이 자리의 공식 의제는 경제·금융분야 협력방안과 주요 20개국(G20) 정책공조 강화방안이다.하지만 최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공개석상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의 규제철폐를 요구한 데다 미국 의회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수준을 평가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한미 간 통상마찰 해소 방안도 물밑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일단 기재부는 이번 재무장관회의에서 공식적인 통상 관련 논의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 10월 양국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진전된 정책대화'를 바탕으로 긴밀한 소통을 할 것”이라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를 방문하는 것 외에는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루 재무장관의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미국 재무장관이 양자회의를 갖기 위해 한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2007년 핸리 폴슨 재무장관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 10년간 한미를 둘러싼 통상 여건은 강산이 변하듯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
양국은 2007년 FTA 협상을 타결했지만 발효까지 5년이나 더 지연됐다. 투자자·국가소송(ISD) 조항과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발목을 잡았다.2007년 457억달러에 불과하던 대미 수출은 지난해 698억달러로 9년간 52.7%나 증가했다. 반면 대미수입은 372억달러에서 440억달러로 18.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대미 무역흑자는 85억달러에서 258억달러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루 재무장관이 회의에서 이 같은 '과도한 무역수지'를 걸고 넘어간다면 향후 양국 간 통상분야에서 큰 파장이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양국 간 입장이 다양한 대화 채널을 통해서 전해지는데 상대국 의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방식이나 빈도를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리퍼트 대사에 이어 루 재무장관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다면 그 의미를 무게 있고 신중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리퍼트 대사는 “한국은 여전히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정부에 한미 FTA 완전 이행을 요청했다.통상 전문가들은 재무장관으로서 통상규제보다는 환율에 대한 의견을 주로 피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주한 미 대사는 본국 워싱턴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통상분쟁을 대비한) 사전작업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며 “재무장관은 통상을 주 업무로 하지 않은 만큼 주로 환율 부문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지난 4월 미국 정부는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는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루 재무장관의 주도하에 보고서 작성과 제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부에 환율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는 얘기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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