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호무역 앞 장승화 연임 무산…전세계 반발

장승화 WTO 상소기구 위원(사진=서울대법대홈피)

[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한국인 최초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인 장승화 서울대 교수의 연임이 미국의 무역보호주의 벽에 막혀 무산됐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면서도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미국의 이중적인 잣대가 이번 일을 계기로 드러난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30일(현지시간) 정 위원의 임기가 31일 부로 끝나지만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연임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WTO의 관례상 정위원은 4년 임기가 끝나면 연임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측은 지난주 WTO 회원국들에게 정 위원의 연임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미국 측은 미국이 포함된 세 건의 상소기구 결정에 대해 언급하며 "상소기구 위원 중 일부는 추상적이기까지 하다"며 "상소기구의 역할은 추상적인 결정을 내리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미국 산업에 부정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로 읽힌다. 브라질, 일본, EU 등 다른 WTO 회원국들은 미국의 주장에 누가 도를 넘어섰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미국의 이례적인 반대가 상소기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을 지니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EU도 지난주 WTO 분쟁조정제도 이사회를 통해 "이런 상황은 전례에 없는 일"이라며 "WTO 상소기구의 현재와 미래의 공정성 및 독립성을 모두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제사회의 반발은 미국이 진짜 노리고 있는 한 수로 분석된다. WTO가 조만간 '중국을 시장경제국가로 볼 것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국 산업 보호와 보호무역을 위한 파워게임의 전초전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철강제품에 대한 담합 조사에 이어, 막대한 반덤핑 관세까지 부과키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WTO 제소 방침을 시사한 상태다. 중국이 시장경제국가로 인정받는다면 미국의 관세 폭탄은 효력을 잃게 된다. 이에 대해 로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각자의 우려가 있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FT는 WTO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무역과 관세에 대한 각 국의 동의를 거쳐 만들어진 초국가적 단체로 각종 국제 무역 분쟁을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우려가 매우 '특별하다(particular)'고 설명했다. 한편 정 위원은 통상 분쟁을 다루는 최고 심판기구인 WTO 상소기구에서 지난 2012년부터 우리나라 최초로 위원직을 수행해왔다. WTO 상소기구는 통상 분야에 있어서 국제사업재판소와 비견되며 상소기구 위원은 대법관 역할을 한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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