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성과연봉제는 만능인가?

최성범 경제평론가

정부는 올해 말까지 120개 공기업ㆍ공공기관에 대해 성과 연봉제를 밀어 붙이고 있다. 공기업의 경우 오는 6월말까지, 준정부기관은 12월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며 미이행 기관은 2017년도 총인건비를 동결하겠다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공기업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보는 듯하다. 이에 대해 양대 노총은 "성과연봉제가 공공성을 파괴하고 노사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며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어서 한바탕 격돌이 불가피할 모양이다. 특히 9개 금융공기업은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제외하고는 노조의 반대가 거세 그 귀추가 주목된다. 공기업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기업들이 비효율적이고 민간부문을 위축시킨다는 문제점은 차치하고 어느덧 공기업 부채가 가계 부채와 더불어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부채는 GDP의 35%로 국제기준인 60%에 미달하나 정부부채에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부채를 합한 국가부채는 70%에 육박해 국제적인 위험수준을 넘어섰다.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는 400조원에 달한다. 이대로 공기업 부채를 방치해선 남유럽처럼 국가부채로 인해 국가신뢰도가 낮아져 외환위기와 경제위기가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서두르는 이유다.그렇다면 성과연봉제를 전면에 내세운다고 공기업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까?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부채가 급증한 이유를 살펴보면 공기업 내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부 정책의 실패에 가깝다. 공기업들이 보금자리 사업, 4대강 사업, 해외자원 개발 등 정권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에 동원된 결과 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권 차원의 정책 실패를 공기업들에게 뒤집어씌운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기업들의 부채 급증의 원인이 따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인건비가 많아 부실이 누적된 것처럼 성과연봉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물론 공기업들이 태생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점을 안고는 있다는 점에서 성과연봉제가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복지부동이나 철밥통의 분위기를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공기업의 비효율이 직원들 탓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특히 경영을 책임지는 임원, 그 중에서도 사장이 해당 공기업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능력과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언젠가부터 공기업 사장 선임의 기준은 향상되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경영을 책임질 임원의 선임과 해임이 경영 능력과 무관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높인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두르는 게 공기업 개혁의 취지와 맞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공기업들은 독점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애당초 효율적인 경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 여건도 경영자도 방만경영을 초래할 여건이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만 업무효율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더구나 성과연봉제가 기대한 성과를 낳기란 그다지 간단한 게 아니다. 민간 기업에서도 쉽지 않지만 공기업에 있어선 더욱 그러하다. 공기업은 이익추구가 아닌 공공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성과 목표 설정이 정말 정교하지 않으면 성과 평가가 공공성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하기 일쑤다. 게다가 공기업들의 성과란 대부분 비계량적이어서 목표설정과 평가가 만만치 않다. 자칫 줄서기 등의 부작용만을 초래할 가능성마저 농후하다. 억지로 계량적인 목표를 도입해 봐야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대부분 해당 사업이 법률에 의한 독점인 경우가 많아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공기업 개혁의 뿌리인 공기업 선진화 정책은 반발이 심한 구조조정이나 민영화의 대안으로 추진됐다. 민영화가 어렵다고 해서 짜내기 식의 공기업 개혁은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공기업 방만 경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독점을 해소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게 보다 나은 결과를 낳지 않을까. 최성범 경제평론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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