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구조조정] 한진해운 벌크선 억류...귀향 못하는 선원들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구조조정에 들어간 한진해운이 용선료(선박 임대료) 지불을 연체하면서 선박이 억류당하자 승선원들과 운송중인 화물도 기약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벌크선 '한진패라딥(HANJIN PARADIP)'호는 현지시간 기준 지난 22일 밤 12시경에 남아공 리차드베이에 도착한 뒤부터 억류된 상태다. 이 배는 건화물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으로, 선복량 4만3000GT급(8만2600DWT)에 달한다. 화물선이 입항한 리차드베이가 금ㆍ다이아몬드ㆍ석탄 등의 수출입 품목을 주로 취급하는 항구라는 점에서 억류된 선박에는 광물류의 화물이 실려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선박에는 선장을 비롯해 조타실과 기관실, 갑판에 근무하는 선원 총 20여명이 타고 있다. 억류 조치가 풀릴 때까지 승선원 전원과 운송화물도 선박과 함께 발이 묶이게 됐다. 국제협약상 운송기간 중에는 매수인은 물품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를 할 수 없어 억류조치가 풀릴 때까지 운송물품을 매수인에게 인도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재 해상에서 운항 중인 선박들도 항구에 들어가면 억류당할 수 있어 운항을 중단하는 선박 수와 억류된 선원 수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벌크선의 경우 15일 단위로 용선료를 지급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운전자금 부족으로 용선료를 제때 납부하지 않자 이 선박 소유주인 선주사가 법원 중재 요청을 통해 선박 압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선주사가 요청하는 기일 내에 미납상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해당 선박을 회수하는 등 초강수를 둘 수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미납 용선료를 갚아 억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에이치라인해운 지분 5%(340억원) 매각, 영국 런던사옥(320억원) 매각, 일본 도쿄사옥(60억원) 매각을 통해 유동성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95척, 벌크선 56척 등 총 151척의 선박을 운영 중이다. 컨테이너선 95척 가운데 빌려 쓰고 있는 선박은 58척, 벌크선 56척 가운데 빌려 쓰고 있는 선박은 33척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 배에 최대 수십명의 화주의 화물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선과 달리 벌크선은 화주가 한 곳이라 협상이 비교적 쉬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용선료 미납에 따른 선박 억류 사태가 컨테이너선까지 번질 경우 다국적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최대 용선주인 캐나다 시스팬에 용선료 138억원 지불을 연체한 상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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