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朴대통령이 가지 않는 곳

신범수 정치경제부 차장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대통령의 행보는 메시지다.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느냐는 그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를 반영한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라는 수식어는 전임 대통령들과의 차별성을 나타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스승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 행사에 매년 참석하는 유일한 대통령이다. 지난 1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ROTC 대표단과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간담회를 가졌고, 유관순 열사 추모제에 추모화환을 처음 보냈다. 박 대통령은 문래동 철공소 골목을 방문한 첫 대통령으로 기록돼 있으며, 여성경제인의 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최초의 대통령이기도 하다. 정리해보면 박 대통령은 경제현장 방문, 특히 신성장동력의 주인공들을 만나는 데 관심이 많은 게 분명하다. 아울러 애국심 고취, 사회질서 확립과 관련된 행사에도 다른 대통령들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상대적으로 박 대통령이 관심을 적게 두는 곳에도 일관된 특징이 있다. 그것은 주로 국가와 민중이 충돌한 피묻은 역사와 관련된 일들이다. 박 대통령은 4ㆍ3추념식, 4ㆍ19혁명기념식에 취임 후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4월 16일 세월호 1주기와 2주기 공식행사에도 가지 않았다. 바로 어제 5ㆍ18기념식에는 취임 첫해만 참석하고 3년째 불참했다.박 대통령이 관례를 어겨가며 이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 참석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닌데다 설령 그렇다해도 박 대통령이 의미를 부여하면 못 갈 이유가 없다.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매년 국회 시정연설을 하고 군인 장교들을 초청해 식사를 함께 한 것처럼 말이다.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국가 권위에 맞선 민중의 역사를 불편해하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피부로 느낀다. 그러나 우리가 4ㆍ3과 4ㆍ19, 5ㆍ18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을 때, 우리는 그 안에서 희생된 이들에게 지금의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빚지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추모하고 미래의 교훈으로 삼기 위해 정부 공식 기념행사도 여는 것 아닌가. 그 정신을 상징하는 노래 한 곡을 두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국론분열 운운하는 것은 이 같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그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지 않은 건 대통령의 책무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보수 대통령이 취임하면 사회는 급격히 보수화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변치 않는 가치라는 것이 있는 것 아닌가. 어떤 대통령도 애국가 제창을 거부할 수 없듯 누구도 회피해선 안 되는 가치들이 있다. 비록 50%의 지지를 받았어도 취임하는 순간 100%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2013년 2월 25일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맹세한 것 아니었던가.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