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er><김윤지 지음/어크로스/1만5000원></center>문화산업의 작동원리 숫자·확률로 해부계산하기 어려운 간접효과까지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으로 설득력 높여[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태양의 후예', 경제효과 1조원 넘지 말입니다."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한국과 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자 여기저기서 '경제효과'를 추산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3000억부터 3조까지 추산 기준도, 액수도 다양하다. 경제효과는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걸까. '조' 단위는 기본인 이 추정치들은 과연 믿을 만한 걸까.신간 '박스오피스 경제학-경제학자, 문화산업의 블랙박스를 열다'는 영화, 드라마, 대중가요 등 문화산업의 작동원리를 숫자와 확률로 해부하고자 하는 책이다. 문화산업은 '감'과 '운'이 지배적 성패요인으로 꼽히기에 여태껏 예측과 분석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저자는 '알 듯 모를 듯한' 이 분야의 함수를 경제학을 이용해 풀어보기로 했다.
저자가 말하기를 '태양의 후예' 등 문화 콘텐츠 뒤에 붙는 '경제효과'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판권 수출 등 총 매출액으로 구성된 '직접효과'이고 둘째는 이로 인해 발생한 연관 산업 효과 및 한국 홍보 효과를 뜻하는 '간접효과'. 우리가 기사에서 접하는 경제효과는 대개 이 모두를 합친 결과다.직접효과야 각 문화 콘텐츠가 벌어들인 매출을 더하기만 하면 된다지만 간접효과는 증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계 각지에서 붐을 일으켰을 때도 '경제효과 1조원'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태껏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다.저자는 문화 콘텐츠의 간접효과를 증명해보기로 했다. 한류가 한국 상품 수출로 이어졌는지 확인해보기로 한 것이다. 우선 2001년부터 2011년까지 92개국에 수출된 한류 콘텐츠의 액수를 연도별, 나라별로 집계했다. 그리고 문화적 근접성에 크게 영향 받는 소비재 즉 IT 제품, 의류, 화장품, 가공식품 수출액도 연도별, 나라별로 모아 상관관계를 확인해 보았다.그 결과 실제로 문화 콘텐츠 수출이 100달러 늘어날 때 소비재 수출이 약 412달러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화상품의 소비재 수출 견인효과가 매우 높다는 결론이었다. 저자는 "이 발표 이후 언론에는 도출 과정은 배제된 채 '4배 수출 효과'만 동동 떠다녔지만 '아마도'라는 심증을 계량적으로 직접 추정해냈다는 자부심을 감출 수 없다. 짜릿하다"고 했다.책은 문화산업 속 '답 없던' 물음들에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빌려 '숫자'와 '확률'로 대답해나간다. '아이돌 그룹이 영원할 수 없는 이유'를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설명하고 '혁오 밴드가 유명해지는 데 반대하는 팬들'을 하비 라이벤스타인의 '속물효과'로 풀이한다. '스크린, 라이벌, 타이밍으로 보는 영화 수익률의 법칙'을 '규모의 경제'와 '택일 전략'을 이용해 해석하고 '온라인에서 뜨는 영화와 오프라인에서 뜨는 영화가 다른 이유'를 '파레토 법칙'과 '롱테일 법칙'으로 풀어놓는다.이외에도 '엑소와 시스타 중 더 오래 살아남을 아이돌 그룹은?', '한류 드라마는 정말로 세련된 취향 덕분에 인기를 얻는 걸까?', '페이스북의 페친과 좋아요 수가 자본이 될 수 있을까?', '할리우드에서는 왜 수익률이 낮은 r등급(17세 이하 관람 불가)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이 제작되는 걸까?'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제학과 사회학, 문화학을 뒤섞은 '문화경제학'이 내놓는 답변들이 흥미롭다.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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