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인큐베이터' 삼성이 키운 9개의 별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삼성전자 C랩의 우수과제인 스마트벨트가 소개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작은 센서. 이 센서를 바이올린 브릿지에 끼우기만 하면 연주하는 즉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본인의 연주 기록이 전송된다. 블루투스로 모바일 기기와 연결되는 이 센서는 연주자의 자세, 바이올린 몸체의 떨림을 감지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로 전송된 연주 기록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분석, 연주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한 마디로 모바일 기기를 통한 바이올린 튜터인 셈이다. 삼성전자에서 사내 프로젝트로 육성, 독립한 '잼이지(jameasy)'라는 기업이 만들어 낸 센서다. 이 기업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에서 분사했다. #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9월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스왈라비(Swallaby)'. 이 기업은 소비자들의 걸음걸이를 분석, 관련 기록을 제공하는 일종의 헬스 트래킹 앱을 출시했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설치만 해 두면 걸음수와 이동거리, 경로, 멈춘 상태나 수면 등의 비활동까지 측정해준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특이한 점은 소비자들에게 걸은 만큼 '보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스왈라비와 협력 관계를 맺은 기업들이 걸음걸이 목표치를 달성하면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한다. 걸은 만큼 기부 단체에 포인트를 기부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Lab)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C랩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내부 인터넷망에 제안한 사업ㆍ기술ㆍ제품 아이디어를 키워내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육성 과정을 통해 분사가 가능한 기업들은 스핀오프(spin off) 작업을 거쳐 분사하기도 한다. 실행 초기에만 해도 '이게 과연 되겠느냐'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지난해 한 해 동안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분사된 기업만 9개에 달할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C랩에서는 2012년 말부터 이달까지 총 435명이 117개 과제를 추진해, 현재까지 9개 기업이 스핀오프했다. 올해 들어서도 여러 개 과제가 평가를 거쳐 최종 5개가 상위 평가에 올랐다. 이 중 4곳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과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C랩의 과제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헬멧에 부착하기만 하면 스마트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거나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진동스피커를 개발한 '에스키모(eSki-Mo)'팀, 유아용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웃는아이'팀, 목걸이 형태의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를 개발한 '핏캠(FitCam360)'팀, 사물인터넷 제어 서비스를 개발한 '라이콘' 팀 등이 올해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팀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위권에 오른 5개 팀 역시 검토를 거쳐 분사하거나, 삼성전자 내에 남겨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C랩 프로젝트가 예상 외로 활성화 된 것은 젊은 층 사이에서 대기업 타이틀에 목숨거는 문화가 사라지고, 본인들의 아이디어를 사업화시켜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기업 내에서 '스타트업'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C랩 프로젝트에 선발된 임직원은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해당 프로젝트의 팀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예산활용, 일정 관리까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직급 호칭도 사라지며, 근태 역시 본인이 알아서 결정한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고과 역시 가장 높은 등급을 기본으로 주기 때문에 고과에 대한 부담도 없다. C랩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직원들은 '삼성과 스타트업이 절묘하게 섞였다'고 입을 모은다. 보통 스타트업의 경우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적당한 피드백을 받기가 어려운데, C랩 프로젝트는 연중, 연말에 본인들의 과제를 임직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스타트업처럼 아이디어를 키워 보되, 대기업의 틀 안에서 시스템을 갖추고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C랩을 통해 분사한 기업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삼성의 이름을 내세워 C랩에서 분사한 기업들을 홍보하는 데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해외 법인의 직원들도 참가가 가능하다.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는 "엔지니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본인의 기술이 최고라는 생각"이라며 "삼성전자라는 큰 조직에서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고, 대기업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알고 분사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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