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카와 테쓰로 사장(가운데) 등 미쓰비시 자동차의 경영진이 20일 기자회견에서 사죄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AP =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쓰비시(三菱) 자동차의 연비 부정측정 파문을 계기로 일본 3대 재벌그룹인 미쓰비시 그룹의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과거 위기 때는 계열사가 똘똘 뭉쳐 자동차 부문 재건사업을 도왔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이카와 테쓰로(相川哲郞)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991년부터 국가 법령과 다른 방식으로 연비를 측정해왔다며 "자정 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3개의 다이아몬드'로 이뤄진 미쓰비시의 기업 로고. 그룹의 3대 주요 계열사인 미쓰비시 상사·미쓰비시 중공업·미쓰비시UFJ은행 등은 일명 '스리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린다.
이는 앞서 보도된 연비 조작시점인 2002년보다도 훨씬 앞선 것이다. 연비를 부정측정한 차량의 종류와 규모도 미쓰비시가 인정한 4종ㆍ62만대에서 200만대로 늘어날 것이란 추정까지 나왔다. 아이카와 사장은 외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마련해 내달 11일까지 국토교통성에 더 자세한 결과를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파문이 밝혀진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미쓰비시자동차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연비조작 파문이 불거지기 전인 19일에는 주당 864엔이었던 미쓰비시 주가는 26일 주당 434엔으로 마감했다.시가총액 역시 4229억엔(약 4조4000억원)이 증발했다. 마스코 오사무(益子修)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과 아이카와 사장은 사임할 전망이다. 아이카와 사장은 "이번 사건은 회사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큰 사안"이라며 이 같은 뜻을 굳힌 것으로 나타났다. 미쓰비시자동차가 스캔들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 2000년과 2004년, 리콜을 받아야 할 정도의 결함을 은폐하려다 위기에 몰렸다. 특히 2004년에는 당시 최대주주였던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미쓰비시에 대한 지원을 끊고 판매 부진까지 겹치면서 도산 직전까지 갔다.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미쓰비시 중공업ㆍ미쓰비시 상사ㆍ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일명 '스리(3)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미쓰비시 3대 주요 계열사였다. 3개사는 5400억엔 규모의 금융지원을 실시하는 한편 미쓰비시 중공업 회장이었던 니시오카 다카시(西岡喬) 회장이 미쓰비시자동차 회장을 겸임하고, 상사 출신의 마스코 회장이 사장에 취임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재건사업을 도왔다. 이를 바탕으로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 2013년 누적손실을 해소, 엔저 훈풍을 타고 지난 2014회계연도에 사상 최고치의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미쓰비시 그룹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어 이번에는 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쓰비시상사는 원자재가 하락 영향으로 지난 3월로 마감된 2015회계연도에 창업이래 최초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역시 크루즈선 사업 손실로 지난해에만 508억엔(약 52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원전사업과 항공기 사업도 악재가 속출하고 있다. 미쓰비시UFJ은행 역시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져 계열사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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