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애플에 연간 3조원 규모 OLED 공급 계약 확정 지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2017년 하반기 출시되는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하기로 애플과 최종 계약을 맺었다. 당초 애플이 요구한 전용 라인 건설, 별도 인력 운용 등을 놓고 난색을 표명했지만 연간 3조원에 달하는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데 결국 성공했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확대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15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애플과 5.5인치 패널 기준 연간 1억개, 금액으로는 연간 3조원 안팎의 OLED 공급 계약을 확정지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옥사이드 공정에서 애플 아이패드ㆍ맥북용 LCD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충남 아산 사업장의 8세대 8라인 일부를 옥사이드로 공정 전환한 뒤 애플 공급 물량을 늘렸다. 여기에 더해 OLED서도 연간 3조원에 달하는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애플과의 밀월관계를 더욱 강화하는데 성공했다.◆우여곡절 끝에 3조원 계약 타결 = 두 회사가 최종 계약을 맺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생산되는 OLED 패널은 거의 전량 삼성전자에 공급되고 있다. 애플 아이폰용 OLED 패널 생산을 위해선 별도의 생산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체 보유한 라인을 증설한 뒤 OLED 패널을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애플이 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에 공급되는 OLED와 같은 라인과 인력들이 투입될 경우 애플의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며 독립적인 생산 체제를 갖춰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전용 라인을 별도로 만들어 운용하고, 별도 라인의 협력사와 관련 인력들을 모두 별도로 운용해 달라는 단서를 붙였다"며 "애플은 선수금으로 전용 라인 건설에 대한 투자 금액 일부를 부담하겠다는 의사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플은 LG디스플레이와도 이같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에서 애플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라인에는 애플이 라인 건설 비용과 장비 일부를 투자했다. 물량을 보전 받고 원재료와 장비까지 직접 선정하기 위해 일부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이번 계약 과정에서 라인 증설에는 두 회사가 이견이 없었지만 인력 문제는 삼성디스플레이측에서 난색을 표명했다. 별도 인력을 배치해 달라는 애플의 요구가 생산 라인에 대한 일부 인사권 행사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을 설득하고 나서며 협상이 진전됐다. 별도 생산라인 건설의 경우 애플 물량이 줄어들 경우 심각한 수준의 매출 하락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애플이 연간 최소 물량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증설시 전용 라인을 두기로 했다. 별도 인력 배치와 관련해서는 애플이 한발 물러섰다. 해당 라인 작업자가 기밀유지 각서를 쓰는 선에서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LCD 출구전략 마련...중국과의 기술 격차 벌려 = 협상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LCD에서 OLED로의 세대 교체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애플 입장에서도 자유자재로 휘고 원형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한 OLED를 확보함으로써 단말기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기술의 세대 교체에 따른 두 회사의 입장이 일치한 것이다.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애플과의 계약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LCD 시장에서 출구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패널 시장에서 급격하게 쫓아오는 가운데 99%에 달하는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기술적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최근 대형 LCD 패널 상당수를 중국 LCD 패널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등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더 이상 LCD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패널 업체가 8~10세대 공장을 가동하는 내년부터는 이같은 양상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소형 LCD 시장도 빠르게 OLED로 세대 교체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형 LCD 시장은 전년 대비 축소된 반면 OLED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의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플렉서블 OLED는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44.8%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연스럽게 LCD 출구 전략을 마련하게 됐다"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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