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치와 선거판을 움직이는 '프레임'이 이번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프레임이 뭔가. 특정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창이다. 조지 레이코프는 자신의 저서인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프레임을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라고 정의내렸다.세(勢)가 곧 힘인 정치에서 프레임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핵심같은 존재였다. 그런 장치가 이번 총선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여야가 유권자를 사로잡기 위해 프레임을 형성하려는 노력은 상당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수도권과 부산 경남을 찾아 야당심판론을 역설하고 있으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정권심판론으로 맞서고 있다. 국민의당은 여야 모두를 싸잡아 비판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공약과 관련해서도 여당은 야당에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야당은 여당을 '부자정당'이라며 응수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는 모습이다.그동안 프레임의 영향력은 거셌다. 총선 뿐 아니라 대선, 지방선거 등 굵직한 선거 때마다 여야는 어김없이 프레임을 통해 상대방을 공격했고 확실한 효과를 발휘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천안함 침몰 사건 직후라 '북풍'이 프레임의 주요 이슈였고 같은 해 말 18대 대선에서는 '박정희vs노무현' 구도 속에서 여야가 공격을 벌여 여당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복잡다단한 이슈를 유권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이번 총선에서 프레임의 영향력이 과거 보다 위축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판론 자체에 대한 식상함도 있지만 이보다 유권자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통로가 다양해졌고 분당과 공천파동으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반감이 거세다는 점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다.최근 휴전선 인근에서 GPS교란이라는 돌발변수가 떠올랐지만 이를 안보와 연결짓는 프레임으로 포장되지 않고 있다. 바로 정보의 다양성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대형이슈가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텃밭 중에서도 핵심인 대구에 야당이 깃발을 꽂을 수 있는가가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수성갑 뿐 아니라 북을까지 이상현상이 나타나면서 20대 총선엣 한꺼번에 두명의 야권 성향 후보가 당선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크다. 여야가 외치는 '○○심판론' 보다 '적지에 누가 깃발을 꽂느냐'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는 얘기다.프레임은 그동안 긍정적인 면 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많았다. 현상을 왜곡시켜 민심 역시 오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레이코프 역시 "프레임이 커지면 진실은 감춰지게 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새누리당은 최근 옥새 파동을 홍보 동영상으로 각색하는 소위 '셀프디스' 홍보를 했다.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과감함이 오히려 박수를 받았다. 이번 총선이 상대를 공격하기 보다 자신을 알리는 후보와 정당이 관심을 받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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