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업무방식 바꿔야" 구본무 LG 회장의 실험
▲구본무 LG그룹 회장(제공=LG)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LG전자가 직원들의 상황에 따라 출ㆍ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사업구조와 업무방식을 근본적, 선제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구본무 ㈜LG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실적 전망도 장밋빛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직원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구 회장의 복안이다. 지난달 직급제 개편 발표에 이어 시차 출(퇴)근제 도입까지 구 회장의 조직 혁신이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LG전자에 따르면, 이달부터 LG전자는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하고 부서별로 이를 실천해가고 있다. 이는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아이를 둔 직원, 전날 늦게까지 야근을 한 직원 등 특별한 이유가 있는 직원들이 유동적으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전 직원이 일주일간 근무시간 할당량만 채우면 퇴근해도 되는 '자율 출퇴근제'와는 다른 개념이다. 제조업의 특성상 전 직원이 자율 출퇴근을 하기는 어려운 만큼 조금 변형된 형식으로 출퇴근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이다. '시차 출근제'의 적용 대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육아기 자녀를 둔 학부모 직원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아이들이 등원하는 시간이 대부분 오전 8~9시로 출근 시간과 겹친다. 이 때문에 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등하원 도우미'를 구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1시간 정도 늦게 출근해도 눈치주지 않는 문화를 만든다는 것이 이번 제도의 취지다. 어린이집, 유치원 뿐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인 자녀까지도 적용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LG전자의 맞벌이 직원 A씨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물론,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인 경우에도 여러가지 준비물 등을 챙겨줘야 할 것이 많다"며 "맞벌이 부부들을 고려한 좋은 제도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제도의 두 번째 적용 대상은 야근자들이다. LG전자는 최근 들어 야근을 최소화하고 업무 시간 효율성을 높일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부득이하게 야근을 해야 할 경우는 많다. 그럴 때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다음날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야근 강도에 따라 최대 두 시간까지 늦게 출근하거나 남들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특별히 출퇴근 시간 조정이 필요한 직원들을 선정해 기준을 두고 출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일정 시간만 채우면 퇴근하도록 하는 자율출근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도는 올해 1월 만든 사내게시판 '우리 틉시다' 코너에 올라온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우리 틉시다'는 조직의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구성원이 익명이나 실명으로 제안하면 회사가 그 내용을 검토해 변화를 추진하는 활동이다. 경영진이 주도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실험이다. 지난 달 도입한 직급제 개편도 직원들의 건의로 이뤄졌다. LG전자 관계자는 "구성원과 경영진 간 격의 없는 소통 문화를 만든다는 취지로 '우리 틉시다'라는 활동을 기획했다"며 "다양한 조직 혁신 아이디어를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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