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19일 주최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대책 토론회...초등생들까지 사이버괴롭힘 등 '은따' 기승...'학교폭력 관심 고조되니 수면 아래서 비극이 자라'
'은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 초등생들의 채팅방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 ㄱㄴ 오늘 똥싼 ㅈㄹ ㅋㅋ쩐내 줄줄 ㅎㅎ올해 내가 죽일 거임ㅎㅎ 존 ㄴ기력 빨려 자살하게 해a★내가 그 ㄴ 자살 쏜다 ㅋㅋㅋ 서울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 A교사는 한 아이가 보여 준 이같은 암호같은 채팅방 대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몰려 다니기를 좋아하는 7명의 반 아이들이 같은 반 민서(가명)를 놓고 나눈 대화였다. 민서는 불우한 환경 탓에 차림새가 후줄근한데다 고도 비만까지 있지만 큰 말썽없이 학교를 다니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러나 7명의 아이들은 채팅방에서 민서를 함부로 욕하면서 심지어 죽여 버리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해를 입히거나 눈에 띄게 배척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들 끼리 있을 때는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감추지 않는 등 이른바 '은따'(은밀한 따돌림)의 대표적 사례였다.국제중학교 입학을 목표로 둔 우등생 석민(가명)이도 비슷한 사례다. 석민이는 점심시간에 떠드는 아이들을 향해 좀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가 이른바 '일짱'인 민수(가명)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아무도 석민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석민이의 코에서 코피가 난 후에야 아이들이 민수를 뜯어 말렸다. 석민이는 수학경시대회나 외국어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출중한 학업 성취로 교내외에 명성이 자자했지만 반 아이들 사이에서 은따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19일 서울시의회가 주최한 학교폭력 대책 토론회에서 오은정 영화초등학교 교사(따돌림 사회연구 모임 회원)이 발표한 '은따'의 사례들이다. 오 교사는 이 자리에서 "예전처럼 학교 폭력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언어 폭력, 사이버 괴롭힘을 포함한 집단 따돌림 등 교묘하게 진행되고, 날이 갈수록 저연령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가 실시한 지난해 2차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 '언어 폭력'(35.3%), 집단 따돌림(16.9%), 사이버 괴롭힘(9.7%) 등 간접적인 폭력이 61.9%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신체 폭행(11.8%) 스토킹(11.0%), 금품 갈취(7.1%) 등 직접적인 폭력은 29.9%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같은 은따들은 대체로 3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피해 학생들은 또래 관계가 발달 과업인 청소년 초입기인 만큼 학급 공동체에서의 배제는 큰 형벌로, 정신적 충격이 크다. 오 교사는 '학창시절엔 별다른 직접적인 폭력이 없었어도 각별한 외로움만으로도 심신이 피폐해진다"고 우려했다.은따의 경우 피해자들이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은폐하려 한다. 스스로 집단따돌림을 당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따돌림을 당하는 것보다 괴롭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해자들도 "따돌림을 당한 사람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항변하는 게 '은따'의 또 다른 공통점이다. 민서는 '더러워서', 석민이는 '나대서' 봐줄 수가 없었다는 게 가해 친구들의 교사 면담 내내 항변이었다. 이에 대해 오 교사는 "민서가 공부를 잘했고, 석민이가 집이 가난했으면 따돌림을 당하지 않았을까. 따돌림의 원인을 개인으로 돌릴 때 우리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학교 폭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예방 교육 등이 강조된 후로는 수면 아래에서 비극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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