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제심판론 충돌, 경제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 전경(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오현길 기자, 조슬기나 기자, 오종탁 기자] 야당이 주장하는 '경제심판론'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한 편으로는 맞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틀린 주장'이라는 의견을 대체적으로 내놓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진 것을 현 정부의 정책실패 탓으로 돌리는 것은 '선거용 공세'의 성격이 강하며, 세부적인 정부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야당의 발목잡기로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찬반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하지만 여야의 책임 미루기 정쟁이 경제리스크를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다.우선, 현재의 나쁜 경제상황을 정부ㆍ여당에게만 돌리는 야당의 주장은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과거 한 시점의 지표와 지금 지표를 단순 비교해서 나빠졌다고 해서 이를 정부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여야 모두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얘기하면서, 책임공방을 펼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밝혔다.김 연구위원은 "2009년 미국 금융위기 때문에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반토막이 났는데, 이것이 우리 정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느냐. 반대로 미국 정부가 돈을 풀어서 주가가 올라가면 우리 정부가 잘해서 그런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광석 한양대 교수도 "대부분의 경제 침체가 대외적인 데서 온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경제지표만 들이대고 정책이 잘못됐다, 살림살이를 잘못했다고만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언급했다.정부가 경제 침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경제가 어려운 것이 누구의 책임이냐는 것을 정확하게 가리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현재 경제상황에 대해 여당이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정치의 관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정부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면서 "규제개혁에 정말 열정적으로 임했는 지 의문이 제기되고, 법 개정을 제외하고 조례나 시행령 등으로 충분히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는데 이런 모든 방안을 총동원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집권시기에 경제지표가 급격히 나빠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장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한국 경제는 누적으로 60% 성장했지만, 내년에 5%의 고도성장을 한다고 해도 새누리당 집권 10년의 누적 성장률은 3.8%에 불과하다"며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김대중 정부 마지막해 97%에서 2014년에는 129%로 높아졌고, 재정적자는 새누리당 집권 8년 동안 166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주장하는 '야당의 발목잡기' 책임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야당도 국정의 동반자인데, 대통령이 개혁입법이나 경제활성화법 통과를 그렇게까지 호소했으면 적어도 일정 부분 들어줘야 한다고 본다"며 "정부가 할 일을 못하게 해놓고 책임지라는 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오 특임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야당의 발목잡기라고 생각한다"며 "경제활성화법 등 정부가 추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경제살리기의 기회를 놓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노동개혁은 당초 계획보다 많이 달라지게 됐고 일명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도 대기업이 제외되면서 반샷법이 됐다"고 덧붙였다.하 교수는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서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도 맞지만, 야당이 우려하는 불평등 심화 등도 충분히 논의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한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아마 다른 대통령이 당선됐어도 더 좋은 경제성과를 기대하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여야 어느 쪽이 옳다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여야의 대치구도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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