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티타임하고 사진찍고 가시더니 투자유치했다고 발표하시더군요. 헛웃음만 나왔죠"대기업 A사 지방사업장은 최근 한 총선 예비후보 때문에 애를 먹었다. 여야와 무소속을 가리지 않고 총선 출마자들이 지역발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해당지역에 소재한 A사를 찾아오겠다며 경영진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어서다.면담이 이뤄진다고 해도 상견례 정도가 그만이지만 일부 후보들은 돌아가서는 "A사로부터 적극적인 투자확대를 약속받았다"거나 "A사가 지역출신 인력채용을 늘리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는 게 다반사다. 사실과 달라 반박하고 싶어도 혹시나(해당후보가 당선됐을 경우)하는 마음에 조심해하고 있다. 이회사 말고도 지방에 사업장이나 공장을 두고 있는 웬만한 대기업들은 사정이 비슷하다.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지역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면서 대기업 투자유치와 일자리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투자와 고용의 주체인 기업이 매번 언급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상당수 출마자들이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점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후보들이 공약을 내걸때마다 지역언론에서 확정된 것처럼 보도하면서 회사로서는 난감한 데다 유권자들에 혼란만 주고 있지 않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총선을 전후한 이런 포퓰리즘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정당에서도 나타난다. 정부는 관료들이 시도해도 없이 기업인을 불러 모아 "규제를 풀어줄테니 투자와 고용에 나서달라"고 독촉한다. 휴일에도 난데없이 장관이 기업을 찾아온다고 해서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의전을 준비하는 일도 다반사다. "사진찍었으니 이제 가달라"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고도 한다. 19대 국회에서 홍역을 치른 경제민주화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자 기업들의 긴장감은 더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한편에서는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하고다른 한편에서는 경제가 어려우니 법인세를 올리거나 대기업 사내유보금을 활용해 복지에 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서 "기업이 동네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대선에서의 표몰이를 위해 새로 구성된 국회에서 총선에서의 복지공약을 입법화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와 고용을 일으키고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주체가 기업이다. 무리한 포퓰리즘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올려야 할 것이고, 이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기업들의 활동을 저해하게 돼 투자와 고용 부진, 세수감소로 이어진다. 포퓰리즘의 악순환을 그만 둘 때다. 이경호 산업부 차장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