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ㆍH지수) 급락으로 원금손실(Knock-Inㆍ녹인)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주가연계증권(ELS)이 추종지수 변경, 조기상환 주기 단축, 녹인베리어 하향조정 등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잇달아 원금비보장형 지수 ELS 판매에 나섰다. ELS 발행 규모는 2월 약 2조8300억원으로 지난 1월 2조9200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설 연휴 기간 등 영업일 수가 짧았던 점을 감안하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3월 들어 지난 8일까지 총 5614억원어치가 발행돼 이번 달 발행 규모가 5조~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발행시장 회복세의 바탕에는 ELS의 변신이 한몫하고 있다. 3월 들어 발행된 ELS 160개 중 항셍지수(HSI)를 추종지수로 삼은 상품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인 46개로 집계됐다. HSI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본토기업, 홍콩기반기업, 다국적기업을 포함한 홍콩주식시장을 대표하는 50개 우량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HSI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40개 중국 대표기업으로 구성된 홍콩 H지수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홍콩 H지수의 폭락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 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자 국내 증권사들이 대안으로 내놓은 상품이 HSI를 추종지수로 삼은 ELS다. 홍콩 H지수는 지난해 1만4000선에서 7400선까지 급락, 투자시장에 '패닉'을 불러오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발행되고 있는 지수형 ELS는 코스피200(KOSPI 200), 유로스톡스50(EuroStoxx50)에 항셍지수를 추가한 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보다 안정감을 주기 위한 증권사들의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하이투자증권 등 중국지수를 추종지수에서 아예 제외한 상품도 전체의 절반이 넘는 91개다. 조기상환 주기를 줄여 투자금 회수 기회를 확대한 ELS도 출시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조기상환 평가 주기를 4개월로 단축한 '숏텀형 ELS'를 지난 9일까지 판매했다. 일반적으로 조기상환 평가 주기가 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만기 3년을 기준으로 총 6번의 조기상환 기회가 9번까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NH투자증권에 앞서 HMC투자증권도 조기상환 평가 주기가 4개월인 상품을 내놨다. 녹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거부감을 감안한 노녹인 상품도 이목을 끌고 있다. 노녹인 상품은 별도의 녹인베리어(가격)를 없애고 상환 당일 증권사가 제시한 조건만 만족하면 원금과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달 들어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출시한 노녹인 상품은 개별 기초자산별로 총 44개가 출시됐다. 4개 중 1개꼴이다. 하지만 위험 요소를 없애고 수익성을 강화했다고 해도 ELS는 기본적으로 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에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HSI가 홍콩 H지수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외악재에 취약한 금융, 건설, 부동산의 비중이 55%에 이른다. 언제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실제로 두 지수의 상관지수는 0.9를 웃돌 정도로 유사하다. 안정성을 높인 만큼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조기상환 조건을 완화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을 낮춘 ELS는 수익률도 낮은 편이다. NH투자증권이 발행한 ELS 12214호는 녹인베리어 발행 당시 기초자산 가격의 55%로 하면서 수익률을 연 11.01%로 제시한 반면 같은 기간 발행한 12212호의 경우 녹인베리어를 45%로 낮추면서 수익률 역시 8.70%로 내렸다. 신한금융투자가 발행한 ELS 12184호도 최초 조기상환 기준 가격을 파격적인 수준인 75%로 내렸지만 연 수익률은 4.0%에 불과하다. 녹인 베리어를 없앤 ELS 상품 역시 녹인형 상품에 비해 약정 수익률이 낮고 만기에 상환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2월 말 발행한 '일반' 녹인형과 노녹인형 상품의 약정 수익률 차이는 2%포인트에 달했다. 더욱이 만기 상환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절반에 가까운 원금도 잃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원금비보장형 ELS는 상품구조가 바뀌더라도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상품에 가깝다"며 "수익률의 차이와 원금손실 구조 등을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