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정치경제부장
부박(浮薄)하지만 꼭 실행에 옮겨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할 수만 있다면 '공무원 급여 3개월 펀드 게임'을 해보고 싶다. 3개월 동안 급여를 주지 않고 펀드에 귀속시켜놨다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를 넘으면 국고에서 시장평균 이자의 3배 이상 지급하는 거다. 여기에 국회의원 급여가 포함되면 금상첨화다. 만약 달성 못한다면? 급여는 국고로 귀속해 복지나 고용촉진예산에 썼으면 싶다. 이런 엉뚱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맴맴 도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 상황이 백척간두 위에 서 있기 때문이고 경제관료나 국회의원들은 백척간두 밑에 누워있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지난 2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12.2% 감소하며 무려 14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발표가 1일 있었다. 사상 최장기록이다. 다음날 나온 자료가 1월 산업활동동향이다. 산업생산이 한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전월보다 1.2% 감소했다.수출입 동향을 놓고 A공무원은 "글로벌 저유가 탈피 시점이 불확실해 당분간 수출이 좋아지기 어렵다"고 했다. 솔직한 답이다. 세계적인 수요와 무역규모 자체가 줄었다. 게다가 국토면적 순위 세계 109위로 세계전도에서 찾기도 힘든 조그마한 나라의 공무원이 뭘 어쩌겠는가. 신시장을 개척하고 기업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밥 먹으면 배부르다'식의 해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게다.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면서 B공무원은 "개별소비세 인하 중단 영향으로 받은 자동차를 빼면 소매판매가 2.7% 증가했고 설비투자도 자동차를 제외하면 감소폭이 1.2% 줄어드는데 그친다"고 했다. 이런 식의 '뺄셈 해석'은 안 하느니 못하다. 그 정도 분석은 누구나 한다. 국민들이 듣고 싶은 건 개소세 인하를 중단해도 모종의 정책을 통해 소비를 지속적으로 살려냈다는 이야기다.국회에서는 서비스발전기본법이나 노동개혁 관련법을 통과시키지 않아 이 법만 통과되면 엄청난 고용이 창출될 것처럼 홍보한 정부가 거짓말을 한 것인 지 아닌 지 확인할 기회도 날려버렸다. 일본은 1990년 이후 잃어버린 시대에 빠져 있다. 디플레이션의 대명사 '일본'이지만 정작 디플레이션을 공식 인정한 시점은 무려 10여년이 지나서다. 그것도 디플레이션 공식인정 기간이 2001년 3월부터 2006년 6월까지다. 일본 국민들이 느꼈던 경제적 고통의 시간과 공간에서 관료와 정치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그나마 중간에 희미하게나마 되살아난 불씨에 제대로 바람을 불어넣지 못한 것도 경제관료였다. 정치의 혼돈 속에 공무원들의 중심이 서 있지 못했던 것이다.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건설경기가 살아나자 소비세를 인상했다.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소비세 인상 문제가 겹치며 일본은 전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2003년부터 고이즈미 내각이 과감한 제도개혁을 추진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는 듯한 국면에 접어들자 개혁공포가 확산돼 분배를 중시하는 아베-후쿠다-아소 내각으로 바뀌었다. 또 다시 재도약의 발판을 잃었다.현실에 발을 딛지 못한 채 정책도입을 하거나 실행하는 관료와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 이마저도 일본을 똑같이 따라가는 듯싶다.세종시와 국회에는 밤을 새며 일하는 경제관료와 정치인들이 많다. 밤새지 마시라. 차라리 밤새고 시장통에서 서민들과 막걸리를 드시라 권한다. 의원, 장관 앞세우고 스케줄 잡아서 사진 찍는 것만큼 국민들이 보기에 답답한 노릇도 없다. 매월 꼬박꼬박 급여가 나오고, 끊어질 위험도 없고, 노후 걱정 역시 없으니 지금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실감하지 못한다. 절박하지 않다.관료조직에 불황타파를 기대하지 못하니 우리 기업들이라도 혁신으로 이 위기를 뛰어넘었으면 좋으련만.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에서는 유니클로라는 글로벌 기업이 탄생했고 플레이스테이션2, 닌텐도디에스가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지난 2일 우리나라에서는 엑소 짜장과 샤이니 탄산수, 소녀시대 팝콘이 출시됐다. 아무리 봐도 씁쓸하다.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vicman120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