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식 뒤집어지는 '마이너스 금리'단행…그러면 은행에 돈 맡기면 보관료 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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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돈을 '쩐의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의인화해서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 "사천만 땡겨줘요 무이자 무담보로 잘되면 이자를 얹어 원금에 따블에 얹어 확실히 갚을게요 걱정마요 사천이 뉘집개냐 땅 파면 나오더냐 개발에 땀나게 뛰어 죽도록 일해서 번 돈 눈먼 돈이 아니야 사천도 안돼요 삼천도 안돼요 단돈 이백만 해줘요 그렇겐 못해요 정신 좀 차려요 한번만 밀어줘봐요 사천만 땡겨주세요" 10여년 전에 개그우먼 김숙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불렀던 노래, "사천만 땡겨주세요"를 기억하는지. 속는 셈 치고 무이자 무담보로 4000만원을 빌려달라고 떼(?) 쓰는 가사가 재미있지? 우리가 알고 있는 정상적인 채무관계는 이처럼 돈이 없는 사람이 궁하니, 돈을 빌려줄 사람에게 부탁하고 읍소하는 형태지. 그러니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갑(甲)이고 돈을 빌리는 사람이 을(乙)이 되는 거지. 그런데 최근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다고 나서면서 이런 전통적인 채무자와 채권자의 관계가 역전되는 것 처럼 보일 때가 있지. 예금을 맡기면 이자가 아니라 되레 마이너스 금리를 물려 보관료를 받아가는 시대가 됐으니 말이야. 이젠 4000만원을 무이자로 꿔달라고 읍소하는 게 아니라 내 돈 4000만원을 맡아주면 보관료까지 주겠다고 해야 하는 건지 헷갈리는 거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오해의 시작…'초과지급준비금'이란? 물론 이같은 혼란이 생기는 이유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오해 때문이야. 단언컨대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다고 해서 당장 내가 은행에 맡긴 돈에 보관료를 내야 하는는 건 아니야. 그런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초과지급준비금'이란 특수한 형태의 돈에 매겨지는 금리를 마치 일반 고객이 은행에 맡기는 돈에 매겨지는 금리로 오해하기 때문이야. 우선 초과지급준비금이 뭔지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 '초과' 지급준비금을 이해하기 위해선 '지급준비금'이 무엇인지 부터 알아야해. 지급준비금은 중앙은행이 은행들의 예금인출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비율을 중앙은행에 맡기도록 강제한 돈이야. 예컨대 A은행이 1000만원의 예금을 받는 경우 115만원(한국 지급준비율 11.5%)의 지급준비금을 중앙은행에 예금해야해. 물론 더 많이 예금해도 되지. 우리나라는 이자를 주지 않지만 연준은 연 0.25%의 이자(초과지준부리, IOER이라고도 부른다)도 주니까 미국 은행 입장에선 맡겨둬서 나쁠게 없거든. A은행이 지급준비금 115만원보다 더 많은 1000만원을 중앙은행에 예치했다면 이 중 885만원(1000만원-115만원)을 '초과지급준비금'이라고 부르는 거지. 그래서 초과지급준비금을 '씨앗 머니' 혹은 '잠자고 있는 돈'이라고도 불러. '유동성 팽창의 밑거름'이라고도 표현해. 중앙은행에 쟁여뒀지만 언제든지 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씨앗 머니'라고 부르지. 아직은 묶여있어 시중에서 통화팽창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기에 잠자는 돈이기도 하지. 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대출재원으로 쓰고, 이것이 통화량 확장을 불러올 수 있어 유동성 팽창의 밑거름이라고도 불러. 문제는 경기가 침체되면서 각 나라 중앙은행들의 '씨앗머니', 그러니까 초과 지급준비금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다는 거야. 금융위기 전까지만해도 연준의 경우 초과지급준비금은 잔고가 없었어. 중앙은행이 풀어낸 돈을 가지고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대출을 일으키고 투자도 하면서 시중에서 활발히 자금을 활용했기 때문이야. 연준의 경우 달랑 0.25%의 금리를 쥐어다주는 연준 창고에 덤으로 초과지급준비금을 맡길 이유가 없었거든. 하지만 Fed가 양적완화를 시작해 무차별적인 돈을 뿌리고, 어마어마한 돈이 마땅한 수요를 찾지 못하고 신용창출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이 찍은 돈을 받았다가 다시 중앙은행에 맡기기 시작하는 현상이 나타난 거지. 이 때문에 일본 중앙은행은 은행에게 돈을 시중에 풀어 신용창출을 하라는 의미에서 초과지급준비금 금리를 -0.1%로 인하한거지. 제발 씨앗머니를 잠자게 하지말고 시중에 가져가서 돈이 돌게 하려고 낸 궁여지책인거지. 그러니까 마이너스 금리 자체가 내가 통장에 맡겨놓은 돈에 적용되는 건 아니니깐 안심해도 돼. ◆마이너스 금리가 주는 의미?… "돈이 천대받는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분명히 있어. 금리를 제로(0) 수준에 가까이 내려도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으니깐 하다하다 못해 중앙은행들이 내놓은 정책이 바로 초과지준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거든. 이건 또 경기침체로 돈을 아무리 풀어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해. 그런 저금리 시대의 기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현금보관 수단'의 발전이야.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해안에 떠내려온 물건 중에서 '금고'가 많았다고 해. 노인인구가 많고 제로금리에 가까운 일본에선 현금입출금기(ATM)보다 장롱에 돈을 묻어두는 문화가 있다고 하지. 은행에 돈을 맡겨놔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이자는 커녕 본전도 못 찾으니까 집안 장롱 속에 돈을 꽁꽁 감쳐두는 거야. 이렇게해서 후쿠시마, 미야기 현에서 발견된 금고만 5000여개 였고 여기서 우리 돈 230억 원의 현금다발이 나왔다고 해. 갑작스런 자연재해 때문에 집안 곳곳에 감춰져 있던 금고들이 한꺼번에 발견된거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만 볼 수 없는게, 전세계적으로 초(招)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고, 양적완화를 하다못해 초과지급준비금에 마이너스(-)금리까지 단행하는 나라가 늘면서 돈을 예금의 형태가 아닌 현금으로 들고 있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 실제로 은행들이 각 지점마다 운영하고 있는 대여금고 서비스가 늘고 있는 것도 그 영향이지. 우리나라의 대여금고 서비스는 과거엔 전두환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처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었어. 대체로 초우량(VIP) 고객들이 대여금고를 쓰고 있어. 인감이나 서명 비밀번호 지문 등 거래에 필요한 사항을 신고하면 보증금과 이용수수료 내고 이용할 수 있어. 연간 이용 수수료는 2만~5만원. 보증금은 크기에 따르 5만~30만원 수준이야. 물론 진짜 자산가들은 대여금고보다 자택 비밀금고를 활용하는 사례가 더 많다고 해. 은행에 돈을 맡기기보단 이렇게 대여금고에 돈을 묻어두는 고객들이 는다는 것도 역시 마이너스 금리 시대로 상징되는 '돈이 천대받는 시대'에 나타나는 기 현상 중 하나지.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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