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일본은행 전경. 사진=일본은행 공식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지 일주일이 지난 23일. 당초 BOJ의 예상과는 달리 시장의 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전직 BOJ 임직원도 제도의 맹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전직 BOJ 기획국 참사(부장)를 맡았던 이와무라 미츠루 와세다 대학교수는 이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순서가 잘못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양적완화를 진행한 유럽중앙은행(ECB)과 달리 BOJ는 양적완화 이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며 도입의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와무라 교수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인해 시중은행의 BOJ에 대한 믿음이 배신당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양적완화를 통해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고 금리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그동안 변동금리 대출을 늘려왔지만,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금리가 하락하면서 손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BOJ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은행이 큰 손상을 입게 됐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BOJ가 시중은행을 고려해 당좌예금 잔액의 일부에 0.1%의 금리를 붙이기로 했지만, 이 역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무라 교수는 "앞으로 시중은행들은 0.1%의 금리가 붙는 당좌예금의 일부(210조엔)만큼은 손에서 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용창조 과정에서 210조엔이라는 돈이 분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창조란 시중은행이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대출을 통해 통화량을 늘리는 과정으로, 신용창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시중 통화의 흐름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그는 "앞으로 시중은행은 BOJ가 국채를 고가에 사 준다고 해도 쉽게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가 하락하면 이미 많은 자산을 변동금리로 바꿔버린 은행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무라 교수는 향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이어질 경우 기업과 개인의 예금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업과 개인의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진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양적완화의 깃발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