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관악세종글방 졸업식’ 개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본인이 공부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집안 형편 때문에, 또 자식들을 키우느라 한글을 늦게 배운 20명의 자랑스러운 어머님들이 오늘 초등학력 졸업장을 받았다”며 “3만6500번의 오늘이 쌓여 100세가 되는 것이니 앞으로도 더 즐겁게 배우고,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사시길 바란다”유종필 관악구청장이 19일 관악구평생학습관에서 열린 관악세종글방 졸업식에서 참석해 한 인사말 중 일부다.관악구가 전쟁과 가난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할머니들 위한 특별한 졸업식을 열었다. 구는 한글이나 셈을 배우지 못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을 위한 한글교실을 시작으로 관악구평생학습관에서 1년 과정의 초등학력 취득과정인 ‘관악세종글방’을 운영하고 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어르신들에게 졸업장을 주고 있다.
2011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력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65명의 졸업생이 초등학력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전쟁 혹은 가난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20명의 어르신이 초등학력 졸업장을 받게 된 것. 또 초등예비반과 초등학교 1~4학년 성인문해 1~2단계를 마친 45명과 예비중등반을 마친 어르신 20명도 수료증을 받았다.졸업장 수여식에 이어 졸업생 대표로 나와 답사를 한 박선녀(74) 어르신은 평생학습으로 달라진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줘 배움의 열정에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박 할머니는 “은행도 혼자 못 가는 내 신세가 한스러웠는데 이렇게 내 마음을 글로 쓸 수 있는 날이 오니 인생이 다시 시작된 것 같다”며 “한글을 배울 수 있게 해 준 관악구청과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 빛나는 졸업장만큼 빛나는 인생을 살겠다”고 말했다. 졸업식이 열린 평생학습관 대회의실 앞에는 졸업생들의 소감이 담긴 편지와 가족들의 응원편지 등이 게시됐다. 80세의 나이에 초등학력 졸업장을 딴 송옥남 어르신의 둘째 며느리는 “할머니가 공부하는 모습을 손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몸도 좋지 않으셨는데 포기하지 않고 졸업까지 한 어머님을 존경한다”고 했다.
졸업가 부르기
또 졸업생 중 가장 막내였던 유지현(61) 어르신은 “졸업을 한다고 하니 기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배움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관악세종글방 졸업식은 졸업생들과 예비 입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며 정을 나누는 ‘하하호호 제2즐거운 인생 축하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유종필 구청장은 “평생학습은 정신건강 뿐 아니라 육체건강에도 좋다”면서 “어르신들의 배움을 언제나 응원할테니 보람 있는 인생을 즐겁게 웃으며 사시기 바란다”고 말했다.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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