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16일 "일본을 닮지 않아야 한다"며 "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풀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생각은 이젠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신춘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과잉공급된 상황에서는 돈을 더 푼다고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 경제는 "일본의 20년 전과 똑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생산가능인구, 가계부채 패턴 등 일본의 모든 그래프를 한국에 덧대보면 대부분 유사하다"며 "심지어 정부 정책도 똑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과거 위기는 금융위기였지만 이젠 실물위기"라며 "금융위기는 돈만 해결되면 됐지만 실물위기는 돈이 아닌 실물로 풀어야 함에도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산업 포트폴리오가 중복되고 엔저에다 중국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실물위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 부회장은 우선 "일본을 닮지 말자"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20년 이상 진행된 장기 저성장을 타파하기 위해 일본이 해온 수요정책을 닮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푼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건 옛날 얘기"라며 "이미 공급이 과잉된 상황에서는 돈을 더 푼다고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공급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급이 과소된 산업을 발굴해 새로운 경제활력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산지 비즈니스를 예로 들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많이 찾지만 지리산, 한라산에는 사람이 없다. 열차, 숙박시설, 즐길거리 등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개조(튜닝)산업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자동차 5강 국가 중 개조산업이 없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도, 수요도 많은데 법으로 금지하는게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을 개정했지만 총증량이 증가해선 안 된다는 단서조항을 다는 등 아직도 개선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노인용품시장도 대표적인 과소공급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과잉공급된 산업에 대해서는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전제하며 "예전엔 나라가 구조적으로 공급을 줄이는게 가능했지만 현재의 공급과잉은 전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줄인다고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는 2/3을 민간에 수탁하고 있다. 대신 연구용역 과제의 결정권이 기업에 있다. 이 부회장은 "정부의 R&D 자금을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 배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중국은 생산기지가 아니라 소비시장으로 접근할 때"라며 "로컬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갈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는 한편 전문화를 통해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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