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미스테리 된장찌개

오랜만의 약속이 없는 일요일 점심. 중국집 배달음식은 지겹고 라면은 다 떨어졌고, 집에 있는 식재료라곤 쌀과 된장, 싹이 돋아나기 직전인 감자 한 개, 반은 썩어서 물러진 양파뿐이다. ‘된장찌개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엄마가 보내주신 집 된장으로 도전해보지만 역시나 이 맛이 아니다. 정말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엄마가 보내주신 엄마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가 왜 엄마의 된장찌개와는 다른 맛이 나는 걸까? 혹시 엄마가 조미료를?!! 이건 아니다. 내 된장찌개가 맛이 없다고 엄마의 손맛을 의심해선 안 된다.

엄마표 된장찌개에 실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의심해 볼 수 있다. 혹시 육수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맹물로 끓였는지. 혹시 물 양 조절에 실패해 된장국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집 된장의 짠맛의 정도를 보지 않고 레시피 대로만 하여 간 조절이 실패하였는지 등등.

버섯된장찌개. 채소가 들어간 된장찌개에는 다시마 육수를 사용한다.

맛있는 된장찌개 끓이는 법을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주재료에 맞는 육수를 내어야 하는데, 채소가 들어간 된장찌개에는 다시마 육수를, 해물류가 들어간 시원한 된장찌개에는 멸치나 밴댕이로 육수를 낸다. 된장찌개에 넣는 채소는 크기가 일정해야 간이 고르게 배고 익는 속도가 비슷해져 한 가지 재료만 무르거나 단단하게 익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한 가지는, 된장마다 다 성질이 달라 우리 집 된장이 얼마나 오래된 된장인지, 어떻게 만든 된장인지, 혹은 마트에서 사온 된장인지 등을 따져보아야 한다. 묵은된장은 오래 끓여야 된장의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반면에, 시중에서 파는 햇된장의 경우에는 묵은된장처럼 오래 끓이면 텁텁한 맛이 올라오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된장찌개를 끓여야 한다.

마른새우 호박된장찌개. 마른새우로 육수를 내어 된장찌개를 끓이면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생각해보면 엄마에게 항상 전화로 요리법을 여쭈었지 엄마에게 직접 요리를 배우거나 옆에서 도와드렸던 일은 없었다. 모든 재료의 양이 ‘적당히’인 엄마의 고난도 레시피를 초보 요리사인 내가 이해할 리 없다. 일류 음식점에서 경력 1년도 되지 않은 주방 막내가 같은 재료를 써서 같은 레시피 대로 했는데 경력 30년 주방장의 맛이 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는 꼴이다. 모든 일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니 우선 엄마 옆에서 감자 껍질 벗기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글=푸드디렉터 오현경,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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