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필수 증권부장
"이 참에 정밀 타격을 해 저쪽 정권을 무너뜨렸으면 좋겠습니다."지난해 북한의 목함 지뢰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을 보일 때 60대의 한 기관장이 사석에서 한 말이다. 정치적 논쟁을 할 상황이 아니어서 웃고 말았는데 예상 밖에 함께 자리한 그 기관의 홍보실장이 반박을 했다. "저쪽을 정밀 타격하면 전쟁을 하자는 건데 지금 전쟁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겠습니까. 전쟁은 막아야 합니다."50대의 이 홍보실장은 아들이 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기관장의 말을 하늘처럼 따르던 인사가 평소와 다르게 정면으로 반박한 심정이 이해됐다.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을 보일 때마다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미군의 압도적인 화력이 도와준다면 (우리 쪽의) 적은 희생으로 통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의 특징은 전선에 가족을 군인으로 보낸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미 아들이 제대를 했거나, 아직 어려서 군대 갈 나이가 아니거나, 그도 아니면 안전한 후방에 있는 경우다. 더 안전한 외국에 있는 경우도 많다.사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 2차 세계대전 초기 중립을 지키던 미국을 전쟁터로 내몬 것은 국민들이 아니라 자본가들이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J.P모건 등 미국의 은행들은 영국에 23억달러를 대출해 준 반면 독일에 대한 대출은 2700만달러에 불과했다. 미국의 참전 덕에 미국의 은행들은 더 큰 돈을 벌 수 있었고, 군수 관련 기업들도 돈벼락을 맞았다. 미국의 전쟁 영웅으로 해병대 최고 계급까지 진급했던 스메들리 버틀러는 1935년에 지은 '전쟁은 사기다'라는 책에서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520억달러를 썼는데 그중 실제 전쟁비용으로 쓰인 돈은 390억달러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업들의 이익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버틀러는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가 전쟁을 만든다"며 특정 그룹이 전쟁으로 이득을 볼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모든 사람들의 수입이 참호 속의 군인에게 지급되는 월급보다 많지 않게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우리나라의 경우, 전쟁이 나면 대통령부터 재벌 회장까지 모두 월 10만원대의 수입으로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물론 버틀러의 이 해법을 받아들인 곳은 아무 데도 없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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