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인사이드:빛과 음악의 축제
고흐를 중심으로 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옛 서울역에서 열렸다. '반 고흐 인사이드:빛과 음악의 축제'다. 지난달 8일에 시작해 오는 4월17일에 끝난다. 고흐의 작품 247점과 모네, 고갱 등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 153점을 볼 수 있다. 실물 그림은 아니고, 초고화질 이미지로 촬영해 프로젝터로 스크린에 비추는 영상이다. 공간마다 다른 주제로 작품을 보여준다. 1층에 있는 3등 대합실에서는 '뉘넨의 또 다른 해돋이'라는 제목으로 초기 인상주의 작품을 소개한다. 1층 중앙 홀에서는 '파리의 화창한 어느 날'을 통해 고흐가 일본 판화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화법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1, 2등 대합실에서는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만난다. 바로 이곳에서 돈 매클레인이 노래한 '빈센트'를 느낀다. "별이 총총한 밤, 밝게 타오르는 듯 활짝 핀 꽃과 보랏빛 안개 속에 소용돌이치는 구름… 별이 총총한 밤, 텅 빈 홀에 걸린 초상, 이름 모를 벽에 걸린 채 세상을 바라보는 액자도 없는 초상들… 당신이 내게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2층 그릴로 올라가면 '오베르의 푸른 밀밭에서' 고흐가 기다린다. 고흐가 생 래미의 정신병원에서 나와 오베르에 있는 쉬르 우아즈에 머물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 간 시기에 그린 그림들이 보인다. 여기서는 새와 풀벌레의 울음, 밀밭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를 통해 오베르의 전원을 느낄 수 있다. 옛 서울역은 일본인 건축가 쓰카모토 야스시(塚本 靖)가 설계한 건물이다. 1922년 6월 1일 착공해 1925년 9월 30일에 완공했다. 원래 이름은 경성역이었다. 네오바로크 양식을 가미해 지었다. 서울의 신세계백화점 옆에 있는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도 네오바로크 양식이다. 일본 삿포로의 홋카이도청사, 독일 비스바덴의 중앙역도 같은 양식이다. 비스바덴 역은 서울역과 정말 흡사하다. 기차역의 운명은 끝내 미술관일까. 서울역은 죽어버린 시대의 죽어버린 역이다. 고색창연한 역사는 더 이상 기차표를 나눠 주지 않는다. 그러나 헤아릴 길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에게 두 가지 그리움을 각성케 한다. 한 시대를 향한 향수와 먼 곳을 향한 동경. 그리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삶의 한 순간을 자각한다. 고흐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은 강력한 촉진제다. "그리움과 먼 곳으로 훌훌 떠나 버리고 싶은 갈망, 바하만의 시구처럼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아무 곳으로나 떠나고 싶은 것이다. 먼 곳에의 그리움! 모르는 얼굴과 마음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은 마음! 텅 빈 위와 향수를 안고 돌로 포장된 음습한 길을 거닐고 싶은 욕망. 아무튼 낯익은 곳이 아닌 다른 곳, 모르는 곳에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나에게는 있다."(전혜린) 오는 4월17일까지(1522-1178). huhbal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