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댓글]①그곳에 '제2의 국정원 댓글사건'이 있었다

검찰 수사로 넘어간 서울시-강남구 댓글 공방정치적으로 편중된 댓글, 여론 흐름을 바꿔놓기도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 서울시의회 등을 비난하는 댓글을 단 의혹이 제기된 강남구 도시선진화담당관실이 입주한 제3별관 앞.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지난해 12월8일, 서울시가 강남구청 공무원들이 서울시의 정책과 관련한 기사에 비방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강남구 도시선진화담당관의 한 팀장이 서울시와 강남구가 갈등을 빚는 상황을 담은 기사에 서울시를 비방하는 댓글을 80회, 주무관 5명이 77회 달았다는 내용이었다. 댓글이 작성된 시점이 대부분 평일 업무시간 중이어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놨다.일주일 후 이번엔 강남구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강남구 댓글부대 가동' 기사에 서울시 직원으로 추정되는 ID 여러개를 발견했다"며 "강남구를 비방한 댓글을 단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서울시와 강남구는 이전부터 구룡마을과 한전부지 개발 등 굵직한 사안을 놓고 법적소송과 감사청구 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댓글동원 논란이 불거질 시점에도 영동대로 통합개발과 수서역 행복주택 건립,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 내 제2시민청 건설 등을 놓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제2의 국정원 댓글사건', '국정원 댓글의 축소판'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현재 검찰에 넘어간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16일 강남구 공무원들이 포털사이트 뉴스에 올린 댓글이 지시에 의한 조직적인 행위, 명예훼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소지가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강남구도 이틀만인 18일 서울중앙지검에 서울시의 댓글 여론조작 행위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접수했다.과연 이들이 조작된 댓글을 통해 의도했던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의 찬-반 흐름을 돌리려 했던 것일까? 혹 댓글로 없던 여론을 만들어 내거나 이미 존재하는 여론을 통제하려 했던 것일까?인터넷 커뮤니케이션 초창기 시절, 댓글은 개인이 온라인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겨졌다. 진위 여부를 떠나 하고자 하는 얘기, 주장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수단이 바로 이 댓글이었다.그런데 어느 샌가 댓글이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키는 매개체가 되고, 때로는 특정 댓글이 대중의 의견 전체를 대표하는 양 주목받는 일이 잦아졌다. 대형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마다 '댓글 알바'의 의혹은 끊임 없이 제기돼 왔다. 급기야 이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직접 신분을 위장하고 댓글을 달아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댓글은 더욱 치명적으로 여론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이 예상되는 민감한 이슈가 생겼을 때, 각종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언제든 댓글공작이 일어날 수 있고 그 방법은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할 만큼 날로 새롭고 교묘해지고 있다.서울시와 강남구의 댓글 논란도 검찰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그 내용이 공익을 위해 알릴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면 무죄에 좀 더 가까워 지겠지만, 반대로 공익적 목적을 찾을 수 없게 된다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내용일지라도 명예훼손 처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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