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생으로 산다는 것]연봉에 웃고 울고

직장생활 만족도, 월급찍히는 날 갈린다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유통업체 입사 8년차인 박지연(32)씨는 지난 주말 동창회에 다녀와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학창시절 '찌질이'로 통했던 동창생이 억대 연봉을 받는 잘나가는 금융맨이 돼 있었던 것. 외국계 은행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맡고 있다는 그 친구의 연봉은 1억4000만원으로 지연씨 연봉의 3배가 넘는다. 항공사 객실승무원이 됐다는 또 다른 동기도 초봉이 자신보다 높았다. '나보다 공부도 못했던 아이인데…' 동창회에서 돌아온 박 씨는 8년째 제자리걸음인 연봉이지만 '인정받는 에이스여서 괜찮아'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너무나 미련하게 여겨졌다. 박 씨는 '생계형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직장을 옮기지 않고선 연봉을 키우기 쉽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지난달 25일 박씨의 월급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320만원. 기본급에다 초과근무수당, 연말 상여금 등을 모두 합해서다. 월급은 입금되기가 무섭게 사라진다. 카드 대금과 적금 90만원, 각종 보험료 30만원, 부모님 용돈 50만원으로 자동 인출되기 때문이다. 월급받은 날로부터 3일째 보릿고개 시작이다. 현금으로 물건을 사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증권사 주니어 애널리스트 김상하(35)씨는 하루 평균 5시간 자고 12시간 넘게 일한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아침을 거른 채 출근해 오전 7시30분 미팅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김 씨는 오후에 나갈 세미나 준비를 위해 점심도 자리에서 샌드위치로 해결하기 일쑤다. 오후 늦게 세미나를 마치고 돌아오면 회사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오후 7시부터 보고서를 작성한다. 매일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도 없다. '월화수목금금금'이 익숙하다. 김 씨는 "지금은 그나마 지금은 연봉이 30% 가까이 올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똑같은 일을 했던 이전 직장에서는 연봉이 5000만원 정도였다. 연봉은 김 씨가 고된 직장 생활을 버티는 동력이다. 
직장생활의 만족도의 기준이 '연봉'이 되고 있다. 연봉에 대한 불만은 이직으로 이어진다. 중소 무역회사에 다니는 88학번 김형식 부장(46)은 과거에는 후배들의 잦은 이직을 보면서 '철새'라고 혀를 찼다. 그가 입사한 20여년 전 직장생활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쪼들리는 월급통장에도 끈끈한 동료애와 애사심으로 버텼다. 농업적인 근면성을 내세웠던 당시에는 조직에 충성하고 직장생활에 헌신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그리고 가계부채 위기 등을 겪으면서 직장인들의 생존법도 바뀌었다. 김 부장은 "세태가 바뀌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392명을 대상으로 '새해에 가장 원하는 소망'을 설문한 결과 '이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1.7%로 '로또당첨'(12.5%) 보다 많았다. 직장인들이 새해 로또 당첨보다 더 큰 바람이 이직인 것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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