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잇단 발주 취소·수입 억제, 韓기업 '오일머니 어디갔니'

중동으로 수입되는 차량의 논산훈련소 요르단 자르카 자유구역[사진=KOTRA]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송화정 기자]저유가 장기화로 산유국 중동경제가 흔들리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對)중동 비즈니스도 더욱 어렵게 됐다. 원유수출이 줄고 재정난까지 겹친 각국들은 대형 프로젝트 발주를 연기하거나 중단하고 있으며 외환통제 강화와 수입억제정책등 자린고비 정책을 실시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동 수출에도 부정적 요인이 커지고 있다. 30일 KOTRA가 작성한 '저유가에 따른 중동 주요 산유국 정책변화 및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시장은 석유화학 플랜트 관련 프로젝트는 연기 또는 중단되고 있으며, 민생 직결 프로젝트와 산업다각화 관련 필수 프로젝트의 경우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다.알제리는 수입억제정책을 펴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인한 수출 감소로 알제리 정부의 신용장 개설요건이 강화됐고 엄격해진 통관, 외환통제 강화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2013년과 2014년 각각 55만대, 44만대 규모로 수입되고 있으나 수입 상한제 도입과 기존 차량수입판매업체의 차량 수입 판매허가권 재발급 요건 강화 등을 통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 대형프로젝트 중단…알제리는 강력한 수입억제책 이와 같은 규제로 인해 2016년도 수입차 허가대수는 40만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알제리 차량수입업체는 제3자가 아닌 해외자동차 제조업체를 통해서만 수입이 가능하고, 양자간 체결된 계약서를 제시해야만 신용장 개설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알제리는 유로화와 위안화의 약세,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헙정(FTA) 발효 등에 힘입어 유럽산과 중국산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저가 제품을 바탕으로 2013년부터 알제리 수입 1위국으로 부상했다. 프로젝트시장의 경우 알제리의 외환사정 악화로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주택, 발전소 프로젝트 중심으로 발주가 예상되나, 입찰 준비중인 프로젝트는 중단 또는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가 회복되지 않는 한 향후 1-2년 동안 대형 프로젝트 발주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만도 기존 계획되어 있던 국책 프로젝트들은 이미 재원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2015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나, 2016년 이후 신규 프로젝트들은 사업 재조정이 있을 전망이다.

9월16일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열린 중동수출 300만대 돌파 기념식에서 현대차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이라크, 삼성 LG 등 프리미엄 선전…中 등 저가와의 경쟁엔 한계 이라크는 일반 소비재 분야의 경우 중국, 이란, 터키산 저가 제품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삼성, LG 등 대기업 제품을 중심으로 이라크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선전 중이나 중국산 등 저가 제품과 경쟁해야하는 단순 소비재 수출에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와 부품류의 경우, 가격대비 성능 등의 차원에서 이라크 소비자들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소비위축으로 인해 올 7월까지 수출실적이 3억7500만달러로 전년동기의 6억1700만달러 대비 40% 가까이 감소했다.이라크의 대형프로젝트 시장도 급속히 위축됐다.이라크 기획부의 살만 알리 하산 장관은 2015년 8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469건의 프로젝트(총490억 달러 규모)가 저유가 상황으로 인해 중단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라크 정부는 새롭게 준비하는 중소규모의 프로젝트의 경우 결제를 나중에 하는 이연지급(Deferred Payment) 방식으로,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 방식으로 발주 방식을 전환했다. 이라크 정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우리 업계의 관심이 높은 사마와 화력발전소(750MW규모), 알파오 컨테이너 항만 공사 등은 모두 투자 발주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라크의 경우 신용등급이 지극히 낮고, 정치적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애로점에 봉착했다.-프로젝트시장 축소로 대이라크 플랜트기자재 수출 차질 국가차원의 정부 발주 이외에 국제석유기업(International Oil Company)들이 추진하는 석유자원 개발 프로젝트들이 있을 수 있으나 정부의 간접시설 지원이 미비하고 정부로부터의 개발비용 회수가 늦어지면서 대형 신규 발주가 줄어든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대 이라크 수출의 상당량이 플랜트 기자재인 점을 감안할 경우, 이 같은 프로젝트 시장의 축소는 우리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전망이다. 이란도 경제제재와 유가 하락 지속에 따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저가를 무기로 한 중국제품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KOTRA 테헤란 무역관에서 실시한 바이어 설문조사 결과, 전체응답자(262명)의 48%가 한국산의 수입확대를 위해서는 가격경쟁력 제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저가의 중국산 진출 강화 뿐만 아니라, 산업화 정책에 따른 이란기업의 생산능력 증강 등에 따른 저가제품과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으로 이란시장은 서구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삼성동 코엑스에서 KOTRA가 주관한 ‘중동-중남미 비즈니스 포럼 및 수출상담회’에서 국내기업과 해외바이어들이 일대일 수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br /> <br />

-이란, 정부발주시장 위축…자금조달력있어야 수주 이란도 재정부족의 영향으로 정부 발주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이란 정부는 경상비의 지출을 위해 개발 프로젝트 예산 할당량을 축소했다. 유가 하락뿐만 아니라 대이란 경제제재 여파로 석유 및 가스 분야의 신규 발주는 불가한 상황이다. 경제제재 해제 시 그 동안 지연됐던 프로젝트들이 본격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나, 대부분은 현재와 같이 자금조달까지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재정부족에 따른 건설프로젝트 수주의 관건은 자금조달 여부에 있다. 이 분야 또한 서방기업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 제재 해제 시 본격적인 수주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기업의 발주처 요구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약속 준수로 우리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은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중국기업에 대해서는 품질경쟁력과 합의사항 미준수 등에 대해, 서구기업에 대해서는 기술이전 부족 등에 대해 일부 부정적 시각이 있다. -카타르·쿠웨이트 저유가충격 적어…소비여건·프로젝트발주 차질없어 이와 달리 풍부한 자본금과 고정금리를 차용하고 있는 카타르는 달러 강세에 따라 실질구매력은 크게 감소하지 않아 유가하락의 영향이 제한적이다.카타르 정부는 2014년 말 유가하락의 장기화가 예상된 직후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우선순위를 재정비했다.2022년 월드컵 개최준비를 위한 필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우선 순위를 재정립하고 후순위로 밀려난 프로젝트는 잠정 연기되거나 취소했다.다만 월드컵 개최준비라는 시기적 요소와 외국인 유입에 따른 급격한 인구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토목, 건축, 발전담수 프로젝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쿠웨이트도 자국민의 대부분은 공공분야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실업률이 2%대로 낮은 편이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구매력기준)가 7만 달러 수준으로 저유가로 인한 급격한 소비시장 위축 가능성은 낮다.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쿠웨이트 정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으며노스 알주르 발전소, 클린퓨얼프로젝트, 신정유 공장 등 프로젝트 본격화에 따라 플랜트 기자재 수출이 유망하다.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쿠웨이트 정부는 오일, 가스, 발전, 신도시 등 대형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무슬림 여성이 할랄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국가별 시장동향 점검 강화 필요…할랄시장 프랜차이즈 등 맞춤형 공략해야 아랍에미리트(UAE)는 저유가로 인한 소비위축은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중동국가의 정세불안에 따른 UAE의 중계무역 입지 축소, 엔저 및 유로화 약세, 중국산 진출 강화 등 저유가 외의 시장 변화 요인에 유의가 필요가 있다. UAE 정부는 2009년 이후 고유가로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머니를 건설ㆍ플랜트 시장에 투입하였지만 2014년부터 지속돼온 저유가로 건설프로젝트 시장이 주춤한 상태다. KOTRA는 "우리 기업들의 중동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국가별 정책과 시장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현지 맞춤형 진출전략 수립이 병행돼야 한다"면서 "할랄시장 공략, 프렌차이즈 등 소비재 유통망 진출을 통한 수출 품목 다변화, 신규 시장 창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저유가에 따른 신규 프로젝트 발주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 등 민생 직결 프로젝트, 기존 시설의 유지·보수 프로젝트,산업다각화 정책에 부응하는 진출 방안 수립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한편, 저유가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국가도 향후 유가 하락 장기화 영향에 따른 보수적인 재정 운영으로 전환이 가능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란 경제제재 해제가 유가 하락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되나, 동시에 이란 시장 개방에 따른 신시장 개척 기회 확대가 예상돼 이란 시장 선점 방안 수립도 요구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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