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대한민국] '차출족 늘고, 말통 기름 쟁여놓기…차 살 땐 연비보다 덩치'

버스비나 기름값이나…출근길 주차장으로 직행 석유보일러 말통에 비축 "기름값 언제 오를지 몰라"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은별 기자, 조유진 기자]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지혜(41)씨는 요즘 출근길에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으로 직행한다. 작년만 해도 한겨울 강추위를 뚫고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기름값이 떨어진 지금은 '차출족'(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으로 변신했다. 김씨는 "자동차 연비가 16㎞/ℓ인데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직장까지 출근할 때 드는 기름값이 버스비 1200원과 비슷하다"며 "저유가 시대인 지금은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경북 상주에 사는 신지호(32)씨는 얼마전 기름 말통(20ℓ짜리 플라스틱 용기) 여러개 구입했다. 석유 보일러에 넣는 난방용 기름(등유)를 비축해놓기 위해서다. 신씨는 "작년에는 1드럼(200ℓ)을 꽉 채우면 20만원을 훌쩍 넘겼는데 요즘에는 16만원 정도면 충분하다"며 "기름값이 언제 오를지 몰라 말통에 기름을 쟁여놓고 있다"고 말했다. 저유가 기조가 일상을 바꾸고 있다.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는 전년 대비 20% 떨어졌다. 덕분에 SUV(스포츠유틸티리차량)와 같은 대형차종도 판매가 늘고 항공료도 저렴해졌다. 영등포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올 들어 기름 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며 "저유가 덕분에 매출이 20~30% 늘었다"고 전했다.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증가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용한 석유제품(휘발유, 등유, 경유) 사용량은 2억464만8000배럴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억9062만5000배럴) 대비 7.3% 늘어난 수치다. 2013년에는 1억9155만9000배럴, 2012년에는 1억8763만8000배럴, 2011년에는 1억8701만8000배럴이 소비됐다. 자동차 시장도 저유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SUV나 대형 세단과 같은 몸집 큰 차량의 판매가 늘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1월말 기준 국내 자동차 총 판매량 163만대 중 SUV 판매량은 40만1100여대다. 지난해 같은기간(30만4500여대)보다 10만대 더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SUV는 낮은 연비 탓에 기름값 부담이 높았지만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쌍용 티볼리와 기아 스포티지가 SUV 성장을 이끌었다. 대형세단 제네시스 EQ900 초기 판매량도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다. 저유가는 항공권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항공 수요를 늘리고 있다. 겨울휴가를 준비중인 직장인 노미정씨는 "겨울 휴가 여행지로 태국으로 선택했다"며 "유가 하락으로 인해 일반석 왕복 항공권 가격이 최대 30% 이상 떨어진 데다 유류 할증료도 한시적으로 없어지면서 경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을 이용한 여행객수는 국내선과 국제선 16억2500만명(1648억원), 55억8200만명(3313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33% 증가한 수치다. 모두가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유가로 인해 친환경차 관련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 자동차 부품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와 LG화학 등은 저유가가 반갑지 않다. 자동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에 주력해 사업을 키우는 상황에서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는 것은 달갑지 않다"고 우려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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