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주담대 깐깐해진다지만, 예외 규정에 구멍도 '곳곳'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정부와 은행연합회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다양한 예외 조항으로 마련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거래량의 40%가 넘는 집단대출이 규제 대상에서 빠진데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재연장 등도 제외되는 등 다양한 예외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15일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가계부채 관리협의체'는 이번 대책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비거치식·분할상환 전환 예상 규모가 최근 2년간 연평균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의 약 20% 수준인 약 25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하지만 예외 조항이 많다는 점에서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우려가 가장 높은 예외 규정은 집단대출로, 앞으로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들어 9월까지 은행권의 집단대출은 104조6000억원으로, 주택거래량의 41.7%에 달했다. 정부는 집단대출 구조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획일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 집단대출을 예외조항으로 뒀다. 집단대출은 선분양이라는 제도로 인해 보증기관, 시행ㆍ시공사 보증을 기반으로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출자의 상환여력만으로 대출한도나 대출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이에 은행이 스스로 분양가능성 등 사업성 평가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게 정부의 주문이다. 하지만 내년 2월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심사 강화로 관련 시장이 위축된다면 은행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대규모 고객 확보가 용이한 집단대출에 마케팅을 집중할 수 있다. 또 가이드라인 시행 후 신규로 취급되는 주택담보대출만 적용대상이라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기간 영장 등은 가이드라인 적용을 피해갈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신규 대출을 시행일 이후 새롭게 계약한 주택담보대출과 대출액을 증액한 경우로 정의했다. 단 거치기간 연장도 신규에 포함되는데 2018년 12월31일 이전에 동일 은행에서 동일 금액 이하로 대환하는 경우엔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1회에 한해 거치기간을 최장 3년까지 둘 수 있도록 경과규정을 뒀다. 혼합형 고정금리(고정+변동금리)를 활용할 경우에도 변동금리의 위험성을 줄이겠다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기존처럼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으려면 스트레스 금리(상승금리ㆍStress rate)를 토대로 한 스트레스 DTI(총부채상환비율)가 적용돼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스트레스 DTI는 실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해 산출한 DTI로 내년 2월부터는 스트레스 DTI가 80%를 초과하면 그 이하로 대출규모를 받거나 고정금리 대출을 받아야 한다. 만약 혼합형 고정금리를 선택한다면 이 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 시중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대부분은 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5년 혼합형 상품으로, 금융당국은 이 상품을 고정금리로 분류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고정금리를 사용 할 경우 스트레스DTI 적용을 피해 갈 수 있는데 5년까지는 고정금리, 그 이후에는 변동금리로 적용되는 상품을 이용해도 이 경우에 해당된다"며 "최소 5년 고정금리를 사용하는 상품은 스트레스DTI를 피해 갈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규 취급 주담대도 예외 조항이 다양하게 있어 가이드라인을 피할 방법은 있다. 우선 30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은 소득증빙시 최저생계비 활용이 가능하다. 상환계획이 명확하거나 의료비ㆍ학자금 등 불가피한 생활자금인 경우 은행 별도로 정한 경우 등은 비거치식 분할상환의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다. 물론 생활자금 용도로 쓰는 돈 중에는 일상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처럼 증빙이 어려운 경우엔 예외 조항을 받기 어렵다. 이밖에 내년 5월로 연기된 지방의 경우 대출 소비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되기 전 가계부채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상가나 오피스텔을 담보로 사업자 명의로 대출받는 대출도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 수요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다양한 예외 규정을 둬 가계부채 규모가 크게 줄어드는 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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