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내 아시아나항공의 격납고 옆에 세워진 노숙 항공기(오른쪽 첫번째, 두번째). 스카이스타 소속 항공기이나 스카이 스타의 파산으로 인천공항에 7년째 기거 중이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우리나라에도 7년간 노숙하는 항공기가 있다. 금융 위기와 소속 국가의 반정부 시위로 날개가 묶인 항공기의 소속 항공사는 이미 파산한 상태다.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이 1년 반 째 노숙 중인 항공기의 주인 찾기에 나선 것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다. 노숙 항공기가 공항에서 노숙한 비용만 60억원으로, 조만간 국내 최초로 법원 경매장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태국 저가항공사인 스카이스타(Sky Star) 소속의 보잉 B767-200기(280석) 두 대를 법원 경매에 붙이기 위한 감정평가를 마쳤다. 이어 인천지방법원은 이달 25일 매각 물건 확인 후 국내 최초로 여객기 경매에 들어간다. 스카이스타는 2008년8월 탁신 태국 총리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면서 파국을 맞은 항공사다. 스카이스타는 태국의 공항 폐쇄 조치로 항공기를 인천공항에서 본국으로 띄우지 못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재정이 악화됐다. 스카이스타는 결국 두 대의 항공기를 인천공항에 둔 채 파산했다. 항공사의 파산 후에도 여객기의 처분은 바로 이뤄질 수 없었다. 항공기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에 나섰고, 인천공항은 공항시설 사용료를 징수하기 위해 법정공방을 벌였다. 스카이스타는 ㈜마이에셋자산운용이 설립한 국내 법인인 그랜드스카이(Grand Sky)로부터 항공기를 리스했다. 공무원연금공단(약 100억원)과 군인연금기금, 농협(약 240억원) 등이 그랜드 스타의 투자자다. 그랜드스카이는 이들 자금으로 200억~300억원에 항공기를 매입했다. 스카이스타 파산 이후 공무원연금공단은 투자 손실금을 보상하라며 마이에셋자산운용을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공단은 1심에서 일부 승소해 11억원 가량을 보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으며 보상금은 지난해 2심에서 13억여원으로 확정됐다.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7년간 머물면서 체납된 공항시설 사용료는 60억원(압류로 인한 정류료 39억원, 연체가산금 21억원)이다. 인천공항에서 공항시설 사용료 체납액 1위인 에어포트 로얄 플라자(약 3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인천공항 관계자는 "제1채권자인 농협이 경매를 추진하지 않음에 따라 제2채권자인 공사가 추진하게 됐다"며 "지난해 4월 유치권 부존재 확인 판결이 났지만 여객기 감정평가 자체가 국내에 처음 시행되다 보니 해외 사례 참고 등 관련 절차 진행에 1년 넘는 기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항공기의 감정가액은 대당 15억원으로 총 30억원이다. 해당 항공기는 83년 제작됐으며 7년 넘게 하늘을 날지 않았다. 경매에서 낙찰된다고 해도 항공기로서 역할을 하기는 어려워 사실상 고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항공업계 관계자는 "해당 항공기는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이 사용하는 737-800기보다 큰 항공기이며 오랜 기간 방치됐다는 점에서 낙찰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매에 선보일 노숙 항공기와 같은 B767기종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
국내 최초 법원 경매에 모습을 드러낼 여객기 사진. 7년간 공항에 머물면서 관리가 되지 않아 색이 바랜 모습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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