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해외건설]조흥구 삼성물산 상무 '남자로서 가장 장대한 일'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조흥구 삼성물산 상무는 가끔 자신이 이끌고 있는 탄종파가 복합빌딩 공사 현장 주변을 산책삼아 둘러보고는 한다. “한 층씩 올라가면서 변해가는 건물을 보노라면,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남자로 태어나서 할 수 있는 일 중에 이만큼 장대한 게 있을까 싶은거죠.”26년동안 근무하면서 인천공항과 캐리비안베이, 서울시 새청사 등 국내 대표적인 프로젝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게도 탄종파가 현장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국내 기술팀에 근무하면서 부르즈 칼리파 등을 담당하다가 2013년 싱가포르로 나갔다.

조흥구 삼성물산 상무가 싱가포르 탄종파가 현장 꼭대기에 서 있다. (사진=박철응 기자)

“도전의식을 부르는 현장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공사야 한국이나 해외나 비슷할테고, 글로벌하게 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싱가포르 최고 빌딩이라는 데 매력도 느꼈구요.”싱가포르는 가장 “페어(공정)”한 시장이라고 했다. 실력만 갖춰져 있다면 많은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이다. “발주처와 밥 먹고 술 먹고 하는 문화가 없어요. 오죽하면 점심도 같이 안 먹고 회의만 하면 끝이에요. 이익 창출하기엔 좋은 나라죠. 일은 해 놨는데 돈 제대로 안 주고 질질 끄는 일 따위는 없거든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으 실력입니다.”탄종파가 현장을 총괄 지휘하는 그의 가장 큰 무기는 자신감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됐다. “건설이야말로 경험 산업이지 않습니까. 신입사원 때부터 팀장과 소장을 지내면서 다양한 현장을 거치다보니 어떤 현장이 주어져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못 하겠다는 현장은 없을 것 같아요.”탄종파가 빌딩은 설계대로 290m 높이까지 골조 공사를 끝내고 마감 공사를 남기고 있다. 이제는 다시 시간과의 싸움이다. “좋은 품질로 발주처를 만족시키면서 끝내야 하죠. 시간에서 지면 다 지는 겁니다.”숱한 경험으로 다져진 그이지만 자신감만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안전이다. “철두철미하게 안전 관리를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죠. 그렇다고 뜻대로 안 되는 거라고 말하기는 안전사고의 타격은 너무 크거든요. 매일같이 30분 일찍 새벽에 출근해서 맨 처음 하는 것이 ‘지켜달라’고 하는 기도입니다.”사고 없이 공사 기한을 지키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기본 설계는 다른 전문업체가 했지만 세부적인 설계는 삼성물산의 몫이었고 다른 업체에 비해 효율적인 방식을 추진했다.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벽 두께나 기둥을 줄이면 철근이나 콘크리트가 덜 들어가지요. 불필요한 것들을 깎아낸다고 할까요. 싱가포르 정부의 철저한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구요. 워낙 안전을 중시하는 나라니까요. 경쟁이 너무 심해서 이제 수주를 하려면 기술 경쟁력이 월등해야 합니다. 책임 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용 절약까지 해줘야 하죠.”골조를 올릴 때는 1주일에 한 개 층씩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해서 지켜나갔다. 하루 이틀씩 지연되면 결과적으로 엄청난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 그만큼 정교한 공정 관리와 자재 배치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현장에 올려야할 무게가 10t인데 크레인을 잘 못 설치했다고 해 봐요. 원하는 용량만큼 못 들면 큰 일 나는거에요. 어떤 종류의 크레인을 몇 대 놓고 돌아가는 반경은 어떤지를 치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그런 계획을 얼마나 잘 세우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그는 신입사원 때부터 현장 근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현장 일이 워낙 힘들다보니 신입사원들은 견디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신입사원을 달걀 같은 존재라고들 해요. 언제 깨질지 모른다고. 그래도 나는 ‘건설업체 들어왔으면 어디든 가라면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아무데나 보내달라고 했더니 전남 광양으로 보내더군요.”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왔던 그였다. 생전 처음 가 본 객지에서 제철소 내 부대시설 공사에 참여했다. 지난해 여름휴가 때 25년만에 우연히 찾은 그 곳에서 하는 공연을 봤다. 그는 “감격했다”고 했다. 캐리비안베이 공사 때는 슬라이드의 안전성을 직접 테스트하는 아찔한 경험을 했고, 서울시 새청사는 책임자로서 역할을 했다. 그는 탄종파가 현장에 있으면서 “한 층 올라갈 때마다 우리가 더 높아진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초고층은 삼성이라는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조 상무는 자신이 현장에서 흘린 땀이 건축물로 오래도록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들과 딸이 있는데 아빠가 하는 일에 대해 자랑스러워 합니다. 대대손손 자취를 남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만한 건물을 짓고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건 비교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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