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자산가'도 상속 채무 많으면 '한정승인'

민법 보호장치, '한정승인' '상속포기'…대법 판례, 한정승인 법적 권리·의무 담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민법(제1005조)은 상속인이 상속 개시된 때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 의무를 승계하게 돼 있다. 쉽게 말해 부모가 숨졌을 경우 자녀는 재산 권리를 갖는 것은 물론 채무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산보다 빚이 훨씬 많을 경우 '빚더미'에 오를 수도 있다. 민법은 보호 장치로 '한정승인' '상속포기' 제도를 마련해 놓았다.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는 모두 상속인의 채무부담을 면제하는 제도다. 가장 큰 차이는 채무 부담이 후순위 상속인에게 넘어가는지다. 한정승인을 선택하면 상속으로 취득한 재산 범위 내에서 채무를 부담하고 후순위 상속인에 부담이 승계되지 않는다. 상속포기를 선택하면 해당 상속인은 채무 부담이 면제되지만, 후순위 상속인이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다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진 이후 부인과 장남 등이 '상속포기'를 선택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대법원

한정승인 제도는 서민은 물론 거액의 자산가 후손들도 선택할 수 있다. 재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부채가 더 많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정승인은 피상속인이 숨진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하게 돼 있다. 한정승인이 인정되면 피상속인 재산이 얼마인지 관계없이 그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부담하면 된다.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원한다면 상속재산 목록을 첨부해 가정법원에 한정승인 신고를 하게 돼 있다. 한정승인은 결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한정승인이 허용돼도 개별 사례에 따라 적용 방식과 이후 처리가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법원의 한정승인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속 재산을 분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우리 민법이 한정승인 절차가 상속재산 분할 절차보다 선행해야 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한정승인에 따른 청산절차가 종료되지 않은 경우에도 상속재산 분할청구가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또 피상속인의 부동산을 경매에 넘겨 채무를 해결하는 경우 한정승인을 선택한 상속인은 부동산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양도소득세 채무는 상속채무가 아닌 고유의 채무"라면서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라도 해당 부동산 소유자가 된다는 점에서는 (일반) 상속인과 다르지 않으므로 양도소득의 귀속자로 보아야 함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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