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세계경기 둔화·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대규모 감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몸집 줄이기를 통해 다가올 위기의 파고를 넘으려는 의도이다.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29일 5개년 혁신안을 발표했다. 현재 10만명에 육박하는 인력을 6만5000명으로 줄이고 10개국에서 사업을 철수한다는 것이 뼈대다. 스위스의 크레디스위스도 지난달 21일 2018년까지 5600명을 감원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스탠더드차타드 은행은 1만5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이탈리아 최대 은행 우니크레디트도 지난달 1만명의 인력을 줄였다.지난해에도 미국·유럽 대형 은행들은 5만9000명을 감원했다. 미국 6개 대형 은행에서 3만7500명, 유럽 18개 대형 은행에서 2만1500명이 정든 일자리를 떠났다. 올해 들어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해와 달리 유럽 은행들의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다. 이처럼 은행들의 감원 발표가 잇따르는 이유는 수익이 줄면서 비용을 절감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2008년 이후 첫 연간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레디스위스도 연내 대규모 자산 상각을 발표할 계획인데 이렇게 될 경우 연간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글로벌 대형 은행들은 여전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0년 유로존 부채위기의 여파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 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원이었던 채권 수익률은 뚝 떨어졌다. 수익은 주는데 비용 부담은 커졌다. 금융위기에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은행을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고 금융당국은 막대한 벌금을 부과했다.게다가 금융 규제 당국은 위기를 초래한 은행들에 대규모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지난 9일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충당금 비율(TLAC·총손실흡수능력 비율)을 2022년까지 18%로 높여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은행들은 최대 1조2000억달러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투자회사 애틀랜틱 에쿼티의 크리스토퍼 휠러 애널리스트는 최근 은행 감원에 대해 "금융위기 직후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유럽은행들의 생존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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