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의료산업에 날개를 달자

김기성 차의과대학교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

불과 50년 만에 가난한 전쟁 폐허국에서 반도체, 핸드폰,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변모한 대한민국! 전 세계에 이와 같은 급성장한 산업 발전의 역사를 가진 국가는 없다. 이와 같은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바뀐 것일까. 수년 전부터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 전자ㆍ자동차ㆍ조선산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 발전의 효자 역할을 했던 전자ㆍ자동차ㆍ조선산업이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신성장 산업으로 의료, 바이오, 로봇, 우주항공 등을 꼽는다. 하지만 신성장 산업이 한국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10년, 많게는 20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력 산업의 후퇴와 신성장 산업의 더딘 성장으로 한국 경제는 10년의 공백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우리는 앞서간 선대가 이뤄 놓은 경제적 성장의 과실을 누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는 후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의료 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대표할 것이라는 데 이제 별다른 이견은 없는 것 같다. 1983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D램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세계 반도체시장을 미국과 양분했던 일본은 조롱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꼭 10년이 된, 1993년 미국 데이터퀘스트사는 통쾌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반도체 D램시장에서 삼성이 일본 도시바를 제치고 세계 1위 메이커로 올라섰다.' 이후 세계 전자시장은 삼성전자의 독주가 시작됐다. 필자는 이런 물음이 생각난다. '전자도 했는데, 의료는 못하랴?'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가 모인 의료 산업이 나서주지 않으면 어디에서 한국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까.1955년 폐허가 된 한국에 희망의 프로젝트가 날아올랐다. 국제원조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의료진이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의료기술을 배운 지 반세기 만에 한국은 의료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우리 정부가 2009년에 글로벌 헬스케어를 국정과제로 추진한 이후, 그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전 세계에 125개 의료기관이 해외시장에서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앞장서서 전파하고 있다. 한국 의료가 '가능성이 있다!' '된다!' 라는 인식을 갖는 데 6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싱가포르, 태국 등 글로벌 헬스케어 선도 국가를 따라잡았다. 앞서간 국가를 추격형 전략으로 따라가면서 선진국 문턱에 이른 한국의 저력이 여실히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산업 수명 주기상 도입기를 지나고 있는 글로벌 헬스케어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을 못하고 주춤주춤하고 있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등 뜻하지 않은 변수가 나타나자 해외 환자 유치 성장세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기술력 있는 여러 전문병원들은 곱이곱이에서 주저앉고 있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에 말레이시아(MHTC), 일본(아베노믹스ㆍMEJ), 중국(15개 이상 의료특구 조성)은 정말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왔고, 이제는 우리를 추월할 거 같은 기세다.다행히 국회에서 여야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발의하고 글로벌 헬스케어 육성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최근에 와서는 여야가 각각 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절충해 조정안을 마련했으니 이제 머리를 맞대고 심의를 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법 통과를 위해 힘써 주길 바란다. 많은 전문가들은 신성장 산업 성장의 주된 걸림돌로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 관련 기술ㆍ인력ㆍ인프라 부족, 관련 입법처리 지연, 맞춤형 지원 부족 등을 꼽는다. 모두가 우리 의료 산업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리는 것은 필자뿐일까.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단순히 또 하나의 법률 제정이 아니다. 앞으로 10년, 20년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의료 산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전자 산업의 성공 신화를 이제 의료 산업에서 써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김기성 차의과대학교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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