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확정 고시된 3일, 도심 곳곳서 '종북 척결'vs'박근혜 퇴진'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한 3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국정화 찬반 집회가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엇갈렸다.

▲한국사교고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가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 강행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원다라 기자)

먼저 오전 11시에는 퇴직교원 656명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이 있었다. 광화문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퇴직 교원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30년 전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 가르쳐야 했던 왜곡된 역사 교육을 다시 반복할 수 없다"며 국정화를 철회해 줄 것을 촉구했다.이어 11시50분에는 같은 장소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 강행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교육 과정을 정부가 고시하는 것은 헌법 상 위배되며 고시 전 20일 동안 이메일이 아닌 팩스1대와 우편으로만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는 것은 '국정화 강행을 위한 꼼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가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 기자회견·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원다라 기자)

같은 날 오후 2시30분 길 하나 건너 일민미술관 에서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5개 보수 단체가 역사교과서 찬성 기자회견·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서울의 H고등학교에서는 남한보다 북조선 인민공화국이 훨씬 더 살기 좋고, 삼성은 박정희 시대에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갑부가 됐다고 가르치고 있다"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이어 "종북 좌빨 쳐부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찬반 양측의 집회만큼이나 이들을 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극명히 엇갈렸다.국정교과서 반대 측 집회를 본 한 시민은 "또 '종북'들이 집회를 하냐"며 "'세월호'는 이제 꼴 보기도 싫다"며 혀를 차며 지나쳤고, 국정교과서 찬성 측 집회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역사 교과서 내용과 전혀 상관 없는 억지"라며 "(노인들이) 용돈 얼마 받고 동원되어 나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반감을 드러냈다.이러한 찬반 집회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종각역 인근에서 만난 한 시민은 "친정부와 반정부 구도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모든 이슈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제는 어떤 사회적 이슈가 나와도 그 구도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교육부는 이날 오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의 국·검·인정 구분'을 확정 고시했다. 이번 고시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의 교과서 발행체제는 검정제에서 국정제로 전환됐다. 2017년 3월부터 중·고등학생들은 한국사를 정부가 제작하는 국정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하지만 한국갤럽이 지난 10월30일 발표한 여론조사(27~29일 조사)에 따르면 반대 49% 찬성 36%로 반대가 1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민단체 등이 헌법 소원, 대규모 집회 등으로 국정화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국정화 고시는 끝났지만 적지 않은 진통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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