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가 대폭 완화했던 개별소비세(개소세) 기준이 원상복구 된 것은 일부 글로벌 명품 업체의 '배짱 영업' 때문이다. 인하폭 만큼 소비자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인하분을 글로벌 본사가 내부 이익으로 취하면서 정부가 3개월 만에 정책을 거둬들이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상향 조정했던 개소세 과세 기준가격을 일부 품목에 대해 환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 따라 가방, 시계, 융단, 가구, 카메라 등 품목에 대한 개별 소비세 부과 기준은 200만원으로 다시 낮아졌다. 다만 모피와 귀금속에 한해서는 기존 과세기준(200만원)이 적용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8월 정부는 '201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가방, 시계, 모피, 융단, 귀금속, 가구, 카메라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 기준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2.5배 올린다고 밝힌 바 있다. 개별소비세는 사치품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일종의 '사치세'다. 이 '사치세'의 부과기준을 높여 소비를 활성화한다는 게 골자였다. 당초 가방이나 시계 등 고가품의 공장출고가격이나 수입신고가격을 기준으로 200만원을 초과하면 20%의 개별 소비세를 부과했다. 예컨대 600만원짜리 가방을 샀을 경우 내야하는 세금은 80만원. 8월 세제개편안을 적용하면 20만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해당 개편안은 오는 2016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개소세 부과 범위 축소에도 명품 핸드백 가격이 그대로인 등 정책 효과를 보지 못하자 '원상 복귀'를 결정했다. 간담회를 통해 명품 등 각 업체에 세금인하분을 소비자가격에 반영, 값을 낮춰줄 것을 요청했으나 각 기업이 '글로벌 본사의 가격방침'을 이유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협조적으로 가격인하에 동참한 모피, 귀금속에 한해서는 발표된 과세기준(200만원)이 그대로 적용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를 가장 많이 건의했던 보석·귀금속·모피 업계의 경우 가격을 조정해 정책 의도에 따라오는 모습을 보였지만 문제는 명품 가방이었다"며 "가방 업계는 '가격 결정은 해외 본사에서 한다'는 이유를 대며 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장 반출가격에 붙는 개소세가 줄면 가격도 낮아지는 게 상식"이라며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전제로 세금을 인하했는데, 혜택을 기업이 모두 취했다면 이제 정부는 세금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밖에 할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