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법안 처리 '제로'…역사전쟁으로 기능 마비

국정교과서 기습 확정고시, 野 본회의 보이콧…유탄맞은 법안 처리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로 여야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국회 본연의 역할인 법안 심사 및 의결 기능이 마비됐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정기국회 기간 동안 법안 처리 건수는 0건이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 막판에 법안들을 무더기 졸속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일 야당은 국정화 확정고시에 반발해 이날 예정된 본회의를 보이콧하고 집단 농성에 돌입하는 등 파상공세를 펼쳤다. 또 국회 농해수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예정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잠정 연기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 회의에서 "한 달 남은 19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농성과 파행으로 얼룩져선 안 된다"며 "단 한 페이지도 쓰이지 않은 역사 교과서에 대해 친일ㆍ독재 미화라는 황당한 논리와 궤변으로 장외에서 국민들을 더 이상 현혹시키지 말고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와달라"고 촉구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당은 10ㆍ28 지방 재보선에서 24개 선거구 중 2곳만 승리해 이미 국민에게 심판을 당하고도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교과서 정국이 계속된다면 이번 정기국회는 법안 처리 '제로'라는 오명을 쓸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은 여야간 쟁점이 없는 법안 48건을 처리하기 위한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야당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국회는 지난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된 후 두 달 동안 두 차례의 본회의를 열었지만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19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빈손 국회'라는 오명을 쓰거나, 시한에 쫓겨 회기 막바지에 법안들이 무더기 처리될 공산이 크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법정시한인 다음 달 2일까지 예산 전쟁이 계속된다면 법안 심의는 속도를 내기 힘들다. 국정화 추진 예비비, 교육부 태스크포스(TF) 논란을 비롯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누리과정 예산, 특수활동비 등으로 관련 상임위별 여야간 충돌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도 난관이 예상된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경제활성화법안, 노동개혁 5대법안, 기업활력 제고 특별법, 북한인권법 등도 회기 내에 처리될 여지가 희박해졌다. 한편 이처럼 '일 안 하는 정기국회'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해 정기국회도 세월호 정국으로 여야가 충돌을 거듭해 결국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9일 본회의에서 130여개 법안이 무더기로 통과됐다. 2013년 정기국회도 마찬가지였다. 회기 마지막 날 무쟁점 법안 30여건을 처리했을 뿐 나머지 법안들은 임시국회로 넘긴 바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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