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00대 부자 '포에버 21' 장도원ㆍ장진숙 부부
패스트패션 소매업으로 10대 사로잡아700개 매장 운영…총자산 5조4000억원장진숙씨는 여성갑부 4위에도 올라
장도원(오른쪽)ㆍ장진숙 부부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재미교포 사업가 부부가 5년 연속으로 미국 400대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패션 브랜드 '포에버 21' 공동창업자인 장도원(56)ㆍ장진숙(56)씨 부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한 '2015년 미국 400대 부자 명단'에 따르면 장도원ㆍ장진숙씨 부부는 총 자산 46억달러(약 5조4000억원)로 119위에 올랐다. 장씨 부부는 2011년 당시 재산 36억달러로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에 88위로 처음 이름을 올린 후 2012년 79위, 2013년 90위에 이어 작년엔 93위를 차지했다. 포브스는 장씨 부부를 "한국 거리 패션을 모방해 미국 10대 교포들을 위한 옷을 팔았다"며 "패션 소매업 부분에서 자수성가한 케이스"라고 소개했다. 장진숙씨는 포브스 6월호가 선정한 자수성가형 여성 부자 상위 10명 중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가족기업으로 운영되는 포에버 21에서 남편 장도원씨가 총괄 경영을, 장진숙씨는 판매를, 큰딸 린다 장과 작은딸 에스터 장이 마케팅과 디스플레이를 각각 담당한다.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매장 700개 이상을 운영하며 지난해 44억달러(약 5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기업을 키웠지만 그 시작은 미약했다.장씨 부부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1년 무일푼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남편은 생계유지를 위해 주유소와 커피숍 점원, 경비 업무 등 여러 개의 일을 병행하며 사업자금을 모았고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한인 타운에 '패션21'이라는 이름의 작은 옷가게를 열었다. 이들이 저비용ㆍ무부채에 집착한 것은 그때 비롯된 습관이다. 포에버 21의 임원들은 출장 시 항공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호텔 객실도 함께 쓴다. 서류 클립 재활용은 기본이다. 부부는 새벽 5시 예배에 꼭 참석하는 데다 포에버 21 쇼핑백에 신약성서 요한복음 3장 16절을 새겨 넣을 정도로 독실한 장로교인이다. 부부는 이후 '영원히 21세의 젊은 마음을 유지하자'는 뜻에서 사명을 '포에버 21'로 바꿨다. 좋은 물건을 싼 가격에 판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자 금방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첫해에 3만5000달러였던 매출은 이듬해 70만달러 규모로 급증했다.포에버 21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제품 출시 속도다. 특정 패션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불과 45일 만에 해당 제품이 매장에 진열되는 방식이다. 회사의 수석 바이어로 활약하는 장진숙씨는 포에버 21 본사가 자리 잡은 LA에서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이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는지 관찰하고 이따금 해외로 나가 패션 동향도 살핀다. 새로운 스타일이 포착되면 스케치나 샘플을 재빨리 LA의 제조업체로 보낸다.또한 포에버 21의 상품 중 상당수가 LA에서 만들어진다. 신상품이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것은 LA의 노동력 덕이다. 인기 상품의 경우 1주 만에 선보이기도 한다. 매장은 상품이 눈에 쉽게 띄도록 설계됐다. 많은 창, 보조 조명에 슈퍼마켓의 카트 같은 역을 해주는 대형 백도 구비돼 있다. 주요 고객은 값이 싸지만 끊임없는 변화로 싫증나지 않는 옷을 원하는 10~20대 젊은 층이다. 사업은 승승장구했지만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장 근로자들이 보너스나 초과 근무 수당 없이 최저 수준도 안 되는 임금으로 일했다며 포에버 21을 제소한 적이 있다. 다른 업체 디자인을 베낀 혐의로 50차례 정도 고소당하기도 했다.장씨 부부는 2011년부터 5년 연속 미국 400대 부자에 들었지만 순위는 조금씩 밀리고 있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송사에 자주 휘말렸고 사업도 하향세"라면서 "지금은 부채를 줄이고 대형 매장을 축소하는 등 다운사이징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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