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가기관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유독 국회의원은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경우 법에 따라 장관 모두 성폭력 교육 등을 실시한 뒤 여성가족부에 이행실적을 보고하고 있지만 이 법을 만든 국회의원의 경우 교육 이수는 차치하고 집계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아시아경제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국회는 의원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교육 여부에 대해 별도의 집계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사무처는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대해 "국회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매년 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해 국회 직원의 참석결과를 여가부에 제출하고 있다"면서도 "국회의원과 보좌직원에 대한 폭력 예방교육 참석 결과는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공무원인 국회사무처는 성폭력예방교육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성폭력교육 등을 받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절차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현행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은 국가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에 대해 성폭력 예방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토록 했다. 기관의 자율에 맡기지 않고 보고토록 한 것은 공공기관 자율이 성폭력방지 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기 위함이다. 이 법률 때문에 실제 국가기관 등의 장관 등 기관장이나 고위직은 물론 모든 구성원이 성폭력 예방교육 대상이 되어 실시여부를 매년 여가부에 제출해야 한다. 심학봉 무소속 의원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성폭력방지 교육의 예외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별도의 집계절차 등을 거치지 않음에 따라 교육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몇년째 일했지만 성폭력방지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회관계자는 "전자공지 등을 통해 성폭력 예방교육 등을 안내해왔다"고 밝혔다.국회사무처는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현황 등에 대해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국회의원의 경우 해당 교육을 외부에서 이수하더라도 의원 및 보좌진이 사무처에 이수하였음을 통보하지 않아 사무처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참석하는 의원과 보좌진만을 공식적인 참석률로 집계하여 보고하는 것은 정보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성폭력방지교육 등을 들을 수 있는데, 국회에서 실시한 것만 대상으로 할 경우 실제 교육 유무와 상관없이 수치가 낮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이같은 예외 사유는 쉽게 납득이 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다른 곳에서 받은 성폭력방지교육에 대해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집계가 어렵다는 설명은 모든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도 똑같이 할 수 있는 변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이는 다른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은 여가부에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만 국회는 반대라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국회의 이같은 방침은 성폭력방지법이 각각의 기관에 보고의무를 부여한 취지와도 다르다. 법이 보고의무를 부여한 것은 예방교육 의무를 부여해도 소극적으로 응할 기관들에 대해 적극적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실적이 미진할 경우 공개적 비판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집계 자체를 하지 않아 공개적 비판까지 피해간 것이다.가령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정부부처나 군 등의 성폭력예방교육 실태가 거론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행정부 47개 부처 및 위원회 중 전직원이 100% 교육에 참석한 곳은 7개로 14.9%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특히 특허청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꼴찌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어느 등급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지난해 성폭력예방교육 등에 90%를 기록한 국회사무처 직원을 제외한 채 국회의원과 보좌진만에 국한할 경우 성폭력방지교육 전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의 꼴찌는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더군다나 모든 국가기관 등에 의무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 의무를 부여하고 보고를 하는 성폭력방지법을 만든 국회는 이전 국회가 아닌 19대 국회라는 점도 아이러니다. 자신들의 법안을 만들어 놓고도 그 법의 자신들에게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조차 살펴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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