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 9만여명...관악구, '자원봉사 천국'

경로당, 복지관, 도서관뿐 아니라 독거어르신, 저소득 가정 등 방문하는 다양한 봉사활동 참여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도서관 도시’, ‘지식복지 도시’로 유명한 관악구(구청장 유종필)가 ‘자원봉사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관악구 자원봉사센터에 봉사단체로 등록된 ‘사랑의 손’은 마음에 맞는 이웃 주민 다섯명으로 구성된 작은 봉사단체. 올해부터 지역의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해 집안을 정리해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보라매동에 거주하는 두 씨(82) 할아버지 집에 방문한 후 마음에 걸리는 일이 생겼다. 할아버지 방을 정리하다 구석에 있는 농약병을 발견한 것. 동 주민센터의 사회복지사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극단적인 선택을 자원봉사자들의 관심과 손길로 막을 수 있었다. 두 씨 할아버지는 시각장애 1급을 가지고 있고 82세의 노령에 당뇨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었다. 병든 자신의 처지보다 자신에게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에 자살을 하려고 농약병을 구해두었던 것이다.

머리염색 봉사에 나선 유종필 관악구청장

봉사자들은 두 씨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거주지 동 주민센터에 할아버지의 처지를 알리고 서울형 긴급지원으로 가스레인지 교체 및 싱크대 수리, 민간후원으로 쌀· 밑반찬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봉사자들이 나서 할아버지의 손과 발이 돼주기로 한 것이다.이처럼 관악구에는 어려운 이웃을 대변하고 돕기 위한 자원봉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자원봉사에 대한 주민의 관심도 높아 2011년 6만 여명이던 자원봉사자 등록주민은 현재 9만여 명으로 늘었고, 활동시간도 5만여 시간이 넘는다. 또 전문기술을 가진 주민들이 저소득 가정의 주거환경개선을 지원하는 ‘주거개선 재능기부봉사단’, 각종 행사를 다양하게 꾸며주는 ‘무지개아트봉사단’ 등 봉사단체도 466개다. 경로당, 복지관, 도서관, 관악산, 도림천뿐 아니라 두 씨 할아버지가 있는 동네 곳곳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봉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지난 7월1일 민선 6기 취임 1주년을 맞아 의례적인 기념식을 생략하고 주민들과 함께 서울시 최초로 ‘365 자원봉사도시, 관악’ 선포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선포식 이후 복지분야에 한정됐던 자원봉사 내용도 더욱 확대돼 신사동주민센터에서는 인근 중·고등학교에서 교복을 기증받아 손질해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운영하거나 에너지 절약 부채만들기 및 환경캠페인, 어르신을 위한 춤동작 치료 등 다양한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연 100시간 이상 자원봉사 활동을 한 주민에게 부여됐던 우수자원봉사증은 선포식을 계기로 연 36.5시간으로 낮춰 대상자가 456명에서 1464명으로 늘었다.또 우수자원봉사자 할인가맹점인 ‘좋은 이웃 가게’도 현재 이·미용실, 중화요리 등 외식업체, 예식장, 부동산 등 총 135곳에서 최소 5%에서 최대 30%까지 할인을 해주는 등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지역 내 분산돼 있던 센터와 교육실 등을 통합해 구청 지하 1층에 ‘관악구자원봉사센터’를 새롭게 마련했다. 1999년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해 설립된 관악구자원봉사센터는 2004년 낙성대동주민센터에 자리를 잡았으나, 공간이 부족해 교육실과 사무실이 별도 운영돼 주민들이 다소 불편을 겪어 왔었다.

독거 노인 집 정리 중인 자원봉사자들

구는 접근성이 좋은 구청 지하 1층에 교육실과 사무실, 공용공간 등을 갖춘 자원봉사센터를 꾸미고, 자원봉사자의 전문성, 연속성, 자율성을 확보해 민간 전문 센터장을 채용해 민간주도의 자원봉사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또 각 동 주민센터 등에 자원봉사캠프를 설치해 지역 특성에 맞는 봉사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캠프별로 독거노인 반찬나누기, 다문화가정 반찬만들기, 독거노인 생신상차려 드리기, 멋쟁이 어르신 만들기, 사랑의 빨래방 운영 등 특화사업도 펼치고 있다. 23일 추석을 맞아 주민들과 함께 경로당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머리염색 자원봉사에 나섰던 유종필 구청장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구민이 상대적으로 적고 자원봉사를 필요로 하는 기초수급자,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장애인, 지역아동센터 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살아있기 때문”이라면서 “365일 온기 도는 자원봉사도시, 전국 제일의 자원봉사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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