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리더십] ICT에 미친 그녀 '잔다르크'가 되다

'토종 우먼파워' 이경주 퀄컴코리아 상무글로벌 리더십은 소통에서 나오는 것후배 시어머니 노릇만 하면 자질없어가장의 소중함이 일 더 값지게 해女후배들 결혼·출산 주저하지 말길

이경주 퀄컴코리아 상무는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은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사진 = 최우창 기자 smicer@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가끔씩 해외 유학을 한 번도 다녀오지 않은 국내파 취업준비생이 글로벌 기업에 입사하는 소식이 화제가 된다. 그만큼 국내에서만 공부한 이가 외국계 회사에 취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파를 선호하는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하지만 세계 최대의 팹리스(fablessㆍ설계 및 판매) 반도체 기업인 퀄컴의 한국 지사에서 '기업의 별'로 통하는 임원 자리에 오른 이경주 퀄컴코리아 상무는 국내 대학과 대학원을 나온 순수 국내파다. 한국IBM을 시작으로 지멘스의 인사관리 과장, 인텔코리아의 채널 세일즈 차장, 그리고 퀄컴코리아의 인사 및 재무를 총괄하는 경영지원 총괄 임원까지 그야말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이에 대해 이 상무는 "그냥 일을 하다 보니 이런 자리에까지 왔다.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비서 업무부터 채널 서비스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그는 "하면 된다는 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면서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하다 보니까 길이 나왔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 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지금은 인사 부문의 전문가로 명성을 쌓으며 숱한 강연 자리에 초청받고 있지만 과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했다.이 때문에 이 상무는 "원래 성취욕이 넘치는 성격도 아니라 자신의 업무만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차츰차츰 주어진 일만 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2001년 입사해 14년째 퀄컴코리아에 몸담고 있지만 2번이나 그만 두려했다"고 털어놨다. 한 단계 지위가 올라가 맡은 책임이 커질수록 업무의 과중은 물론, 회사 내 전반적인 업무의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졌다. 그는 "소통의 중요성은 누구나 강조하지만 막상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특히 진출한 모든 국가를 꿰뚫는 일관된 경영방침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일수록 지사 내에서는 물론,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물론, 기본적으로 본인의 실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같은 능력일 경우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은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이 상무는 "아무리 본인이 똑똑하고 능력이 있더라도 이는 표현해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말(언어) 뿐만 아니라 몸짓과 표정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유로운 소통이 이뤄질 수 있어야 조직의 혈액이 순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조직 구성원들의 능력을 키워줄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일을 배분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리더십이라고 정의했다. 조직의 향후 발전을 위해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 능력을 배양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이 상무는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면 회사의 정책과 발전 방향이라는 큰 줄기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윗자리에 올라갈수록 후배들에게 일을 줘서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키워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자리가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거나 후배들에게 일을 건네주기 부담스러워 자기가 하고 만다는 건은 오히려 윗사람으로서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잘라 말했다.하지만 그도 마흔을 넘어서야 이렇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이 상무는 "일에만 치일 당시에는 나도 왜 이런 업무가 나한테 주어지는지 몰랐었다"면서 "자식도 낳아봐야 아는 것처럼 후배들이 바라보는 자리에 올라서고 나서야 선배들이 했던 말이나 행동의 의미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그는 결혼과 자녀 양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평소에도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워 결혼이나 출산을 주저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가정의 소중함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더욱 값지게 만든다"며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사실 이 상무는 아들을 홀로 키운 싱글맘이다. 아이를 키울 때는 퇴근도 눈치를 보는 등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지금은 장성해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 UC샌디에이고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들이 그의 보물 1호이자 삶의 원동력이다.이 상무는 "올 5월에 제대한 아들이 3학년으로 복학을 해야 돼서 곧 출국한다"면서 "추석을 같이 보내지 못해 아쉽지만 군대를 포함해 그동안 오랜만에 아들과 한국에서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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