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국회의원 한명이 보여주는 힘…'어셈블리'가 남긴 것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옥같은 세상을 신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 구원하려고 만든 게 정치입니다."17일 종영한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최인경(송윤아 분) 보좌관이 국회의원이 된 진상필(정재영 분)에게 정치의 중요성을 전달하며 들려준 말이다. '역겹다', '관심 없다' 등으로 외면을 받는 정치가 실제로는 국민들의 삶에 얼마나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셈블리는 국회를 배경으로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삶을 보여준 드라마다. 드라마는 한명의 괜찮은 정치인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드라마 속 가공의 국회의원이 던진 메시지는 현실 정치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어셈블리 종영 / 사진=어셈블리문전사 KBS미디어 래몽래인 제공

드라마의 내용은 그 흔한 연애사 없이 간단하다. 조선소 용접공 출신 해고자가 복직투쟁을 벌이다 엉겁결에 보궐선거를 통해 여당소속 국회의원이 된 한 남자의 정치역정을 담고 있다. 국회에서 실제 촬영됐던 이 드라마는 정당 정치의 이면과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실제 활동내용, 법안의 실제적인 심사과정은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등을 소상히 설명해준다. 실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드라마작가가 각본을 써 현실감이 더해졌다.드라마 속의 백미는 진상필이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 본회의 처리에 반대하며 25시간동안 필리버스터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 불법이지만 '당시에는 그게 관행이었다'는 논리로 치부되는 일들을 벌였던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해 진상필은 쓰러지기 직전까지 버텨가며 무제한토론을 이어갔다. 진상필은 쉼없이 불법과 탈법으로 재산을 모은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무엇이 되냐고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고, 결국 임명동의안 처리를 막았다.또한 진상필은 패자부활전과 같은 의미를 가진 '패자를 위한 두 번째 기회 지원법'을 국회의원 직을 걸고 통과시키려 애쓰기도 했다. 해고자 동료의 이름인 '배달수법'으로 명명된 이 법은 열심히 일하려고 했지만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실패하게 된 사람들에게 국가가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하는 이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은 소속정당인 여당내부에서부터 포률리즘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진상필은 법 토론 자리에서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국가의 의무다. 국민은 호구도 물주도 아니고 이 국가의 주인이다. 그래서 난 국민들에게 국가가 날 절대 버리지 않는다고, 국가가 내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알려주고 싶다"며 "국민이 국민의 의무를 다했을 때는 국가가 의무고 국민이 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셈블리는 국회 등에서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어셈블리를 챙겨본다는 사실을 알리며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 되었던 날, 국회의원이 된 것을 처음 실망했던 날 등 이 드라마는 나의 처음을 기억하게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드라마의 제목에 쓰인 어셈블리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셈블리는 국회라는 뜻과 부품 조립 등의 뜻을 갖고 있다. 국회라는 단어와 함께 용접공 출신의 정치인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둘의 조합은 또다른 의미를 낳기도 했다. 마지막회에 진상필은 "정치도 용접 같았으면 좋겠다"며 "경상도와 전라도도 붙이고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도 붙이고, 승자와 패자도 붙이고 그렇게 붙이고 붙여서 서로 하나가 된 그런 나라를 만드는게 정치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조각조각 떨어진 우리 사회의 각 구성원을 모두 이어 붙여 하나의 완성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정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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